월간은해 12월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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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갈래?'
이혁재가 대뜸 던진 한마디에 우리는 계획에도 없던 여행길에 올랐다. 해외투어 때문에 이곳저곳 다니기는했어도 휴식을 목적으로 여행을 다녀온지는 꽤 된것 같아 괜히 기분이 들떴다. 아무도 모르게 다녀오자. 그 말에 의문이 들었지만 이유는 묻지 않기로 했다. 나도 무언가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주머니에 들어있는 반지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연인이 아니라 부부가 되어있을거다.
/
하와이에 도착한 우리는 가장 먼저 호텔에 짐을 풀어두고 해변으로 향했다. 나란히 걷다 바다로 미는 시늉도 하고, 사람들이 없는 곳에선 손을 잡고 걷기도 했다. 아, 또 한번은 우리를 알아본 사람이 사진을 찍어줄수 있냐 물었다. 그러자 이혁재는 누가봐도 당황한 표정으로 죄송하다 말하곤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나는 그 모습이 웃겨 이혁재의 뒤를 졸졸 쫓아가며 물었다.
"당황했냐?"
"내가 뭘."
뒤를 돌아 시선을 맞춘 이혁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얘기했지만 내 눈엔 다 보였다. 뭐, 아닌척 하는게 좀 귀엽긴 했다. 그나저나 나를 데리고 어딜 가는건지, 해변에서 꽤나 멀리까지 걸어왔음에도 도착했단 말 없이 이혁재는 앞만 보고 걸었다. 야, 어디 가는건데! 하는 내 물음에 다왔어, 라는 말도 안되는 대답만 하곤 저만치 멀리 걸어가버렸다. 아무래도 날 하와이 미아로 만들 생각인것 같았다. 이혁재와 벌어진 거리를 따라잡기 위해 나는 종종 걸음으로 그를 따라잡았다.
"진짜 다 왔다."
"...왠 성당?"
"들어와보면 알아."
"아, 같이 가!"
새하얀 외벽의 성당이였다. 이혁재는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버렸고, 나도 그 뒤를 쫓아 들어갔다.
성당 내부에선 웅장함이 느껴졌다. 처음 가는 곳이라 조심히 주위를 살펴보고 있는데, 이혁재는 대뜸 내 손목을 잡곤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 앞에 섰을때, 이혁재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동해,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긴장감 그리고 설레임이 잔뜩 묻어있었다. 나는 이혁재가 부르는 내 이름을 참 좋아했다. 이혁재가 불러주면 꼭 특별한 사람이 된것만 같았다. 아니, 내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다정함이 잔뜩 묻어있어서, 그리고 사랑이 잔뜩 묻어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오래 만났잖아. 그러니까 이제.."
"....."
"연애 말고 결혼하자."
딱 이혁재스러운 담백한 고백이였다. 내가 할수 있는거라곤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였다. 사랑하면 닮는다던가, 사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점점 닮아가고 있었다.
"아, 반지 안가지고 나왔는데."
"반지?"
"...우리 커플링."
그 말에 이혁재의 눈이 동그래진다. 사실 내가 반지를 준비했던 건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 겸 우리 5주년 선물이였다. 생각해보니 늘 이혁재에게 받기만 했던것 같아 몰래 준비했던건데, 이렇게 또 받아버렸다. 너를 어쩌면 좋지, 혁재야.
/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 없이 서로를 끌어다 입을 맞췄다. 투어다 뭐다 해서 그동안 본의아니게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터라 입맞춤만으로도 금새 달아올랐다. 뜨거운 살덩이들이 엉키는 느낌은 나를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급한건 이혁재도 마찬가지였는지 내 입술을 뜯어먹을 듯 입 맞추며 침대에 던지듯 나를 눕혔고, 내가 입고 있던 티셔츠와 바지를 벗겨내어 가슴팍이며 허벅지 안쪽까지 입술이 닿는 족족 빨간 울혈을 만들어냈다. 에어컨 바람이 맨살에 닿아 온몸에 소름이 으스스 돋았다. 그리고 내 것을 움켜쥐는 이혁재의 손길에 또 한번. 이혁재는 아주 능숙한 손길로 내 것을 자극했다.
"흥, 야아.."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 이러면 어떡해."
터질것처럼 부푼 내 것을 보던 이혁재가 웃음을 터트렸다. 급한건 저도 매한가지면서. 웃고있는 이혁재가 얄궂어 무릎으로 그의 것을 툭툭 건드렸다. 어쩌지, 너도 이렇게 급해보이는데. 그러자 이혁재는 단박에 내 다리를 들어올려 안으로 들어왔다. 아, 미친놈아! 잔근육이 알맞게 자리잡은 팔뚝을 퍽퍽 때리자 미안, 미안. 급해서. 라며 내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내렸다. 아픔을낀건 잠시였고 쾌락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혁재는 내가 느끼는 곳들만 자극했다. 그것도 아주 느릿하고, 깊숙하게.
"으, 하아, 응, 으응, 아!"
"어떻게, 읏, 반지, 맞출 생각을, 했어?"
이혁재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지만, 나는 대답이 아닌 신음소리만 연신 내뱉었다. 찰박거리며 살이 맞닿는 마찰음과 우리의 뜨거운 숨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
"동해, 자?"
"졸려.. 말 시키지 마."
"대답은 해주고 자. 궁금하다니까."
허리춤에 감겨있던 이혁재의 손이 다시금 야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으로 내 맨살을 지분거리는데, 노곤한 몸에 자극적인 손길이 닿으니 금방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게 괜히 민망해 아닌척하고 있는데 이 귀신 같은 이혁재는 어떻게 알았는지 웃으며 귓가에 속삭인다. 너 섰어 라고. 아, 또 내가 졌다. 수긍의 의미로이혁재의 목에 팔을 감고 눈을 감았다.
하와이에서의 밤이 짙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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