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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졸업] 친구졸업_밍유

친구졸업

w.mingU



"나 너랑 친구 못하겠어. 그만할래."
"..."
"좋아해."



                                          -


"아, 짜증나."

동해는 소파에 철푸덕 앉으며 읽던 잡지를 바닥에 툭 던져버렸다. 바닥에 덩그러니 펼처져 놓여있는 잡지엔 혁재의 사진과 함께 인터뷰를 했는지 작은 글씨들이 빽빽하게 쓰여있었다.

13년 만의 첫 솔로 앨범인데 멤버들의 반응은?
- 다들 바빠서 그런지 크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동해만이 관심을 가져줬다. 타이틀곡 작사, 작곡 모두 내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동해가 많이 도와줬다. 다른 곡들도 선물로 줬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동해의 곡이 몇 개 들어가 있다. 피처링도 부탁했었는데 자신이 피처링까지 하면 은혁의 솔로 앨범이 아니라 슈퍼주니어 D&E의 앨범이 될 거라고 하며 거절했다.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해줄 줄은 몰랐다. 감동이었다.

동해씨가 은혁씨를 많이 아끼는 것 같다.
- 동해랑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했다. 동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겉으로 표현을 잘 못하고 틱틱거리지만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좀 지겹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데 동해가 집착을 많이 한다. 물론 농담이다. 동해만 한 친구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평생 친구하고 싶은 친구이다.


"친구? 그래 친구지 친구. F. R. I. E. N. D. 프렌드!"

동해는 작게 중얼거리다 성질이 났는지 빽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르고는 혹시 누가 들었을까 혼자 사는 집을 두리번 거리며 눈치를 보다 그런 자신이 한심했는지 소파에 추욱 늘어졌다.

"친구..."

나는 평생 친구 싫은데... 친구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던 동해의 눈망울이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동해에게 친구라는 단어는 참 고맙지만 미운 단어였다. 친구라는 단어 뒤에 숨어서 지금까지 혁재와 잘 지내올 수 있었지만 동해의 진심이 드러나면 혁재와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될 거라는 걸 알기에 동해는 친구라는 단어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이혁재 개새끼..."
"내가 왜 개새끼야."
"악! 깜짝이야!"

갑자기 나타난 혁재에 깜짝 놀란 동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혁재를 쳐다봤다.

"뭐야, 너 언제 왔어? 그냥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온 거야?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방금. 그리고 우리가 초인종 누르고 들어오는 아니잖아? 너도 어제 그냥 비밀번호 누르고 우리 집 왔으면서 새삼스럽게 왜 그래? 아! 왜 차!"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혁재가 얄미웠던 동해는 혁재의 종아리를 발로 퍽 차버렸다. 꽤나 세게 맞은 건지 혁재는 종아리를 부여잡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동해를 쳐다봤다.

"근데 내가 왜 개새끼야."
"어?"
"이혁재 개새끼라며."
"내가 언제."
"뭘 언제야. 방금 이혁재 개새끼라고 그랬잖아."
"ㅇ,안그랬거든!"
"에휴, 됐다. 말을 말자. 스케줄 없는 이동해 놀아주러 없는 시간 쪼개서 와줬더니 내 뒷담이나 까고 있고 말이야."
"아, 안그랬다고! 야! 너 집에 가!"

괜히 양심에 찔려 소리를 빽 지른 동해는 벌떡 일어나 혁재를 현관 쪽으로 밀어냈다.

"나 진짜 가? 내일부터는 엄청 바빠서 너 못 놀아줄 텐데?"

혁재의 말을 들은 동해는 멈칫하더니 혁재를 밀어내는 걸 멈추고는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그 모습에 혁재는 동해가 그만 웃으라고 소리치기 전까지 큰 소리로 웃어댔다.

"맞아. 나 인터뷰했는데, 뭐야. 이미 봤어?"

혁재는 거실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잡지를 집어 들었다.

"야, 너는 친구가 나온 잡진데 그걸 그렇게 아무 데나 던져놓냐? 실망이야 이동해."

진짜 나한테 실망한 건가? 장난기가 가득 담긴 혁재의 말에 동해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하면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뒤부터 이런 일이 생기면 동해는 아니란 걸 알면서도 더 이상 혁재에게 친구로도 남아있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실망했어..?"
"응. 완전 실망했어."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어본 동해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혁재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휙 하고 돌려버렸다.


"여보세요? 어. 지금? 알겠어. 바로 갈게. 동해, 나 급한 일 생겨서 바로 회사로 가야 할 거 같아. 곧 연예가 중계에 나 나오니까 꼭 봐. 알겠지?"

갑자기 걸려온 매니저의 전화에 혁재는 급하게 회사로 향했고 혼자 남겨진 동해는 불안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TV를 틀었다. 채널을 바꾸니 연예가 중계가 막 시작하고 있었다. 아직 혁재가 나오려면 시간이 남았을 거라 생각한 동해는 희철에게 전화를 했다.

"형..."
-뭐야, 목소리 왜 그래.
"있잖아... 혁재가 인터뷰를 했는데..."
-이혁재? 아 걔가 나한테 뭐 준다는 게 그거 였나 보네.
"응. 그런데 나랑, 나랑..."
-야, 울어?
"나랑, 평생, 친, 구 하고싶다고,"

결국 눈물이 터져버린 동해는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고 당황한 희철은 동해를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안녕하세요. 13년 만에 첫 솔로 앨범으로 찾아뵙게 된 슈퍼주니어 은혁입니다."

그때 TV에서 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동해는 우는 와중에도 혁재의 목소리가 들리자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TV를 쳐다봤다. 눈물이 앞을 가려 화면 안의 혁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고 희철의 목소리와 혁재의 목소리가 섞여 누구의 목소리도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동해, 고맙고 또 사랑한다. 내 맘 알지?"

동해는 급하게 눈물을 닦고 TV를 바라봤다.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한 사람은 혁재가 맞았다. 화면에는 혁재가 손가락 하트까지 하며 동해에게 사랑한다고 하고 있었다.

-동해야,
"ㅎ,형 끊어봐!"

자신을 위로해주는 희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매몰차게 전화를 끊은 동해는 혁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동해, 나 지금 바빠서 나중에,
"너 뭐야."
-응?
"너 뭐냐고!"
-뭐가... 아 연예가중계 봤어? 그거 그냥 재밌으라고,
"나 너랑 친구 못하겠어. 그만할래."
"..."
"좋아해. 내가 너 좋아해."

동해는 혁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왜 그랬지... 진짜 왜 그랬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해버렸다고 생각한 동해는 마른 세수를 하며 눈물을 삼켰다.



                                          -


"이동해."

얼굴을 무릎에 박고 한참을 우울해하던 동해의 위로 급하게 온 건지 거친 숨소리가 섞인 혁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해, 얼굴 좀 들어봐."

아까와는 다른 부드러운 혁재의 목소리에 동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계속 울었는지 퉁퉁 부어버린 동해의 눈을 본 혁재는 한숨을 쉬며 동해를 부드럽게 안았다.

"언제부터였어?"
"몰라..."
"왜 말 안 했어?"
"어떻게 말해..."

혁재가 달래듯 부드럽게 물어보자 동해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네가 나 좋아하는 줄 몰랐어."
"..."
"티좀 내지. 알았으면 내가 먼저 고백했을 텐데."
"어?"

당황한 동해는 혁재의 품에서 벗어났고 혁재는 그런 동해가 귀엽다는 듯 씨익 웃었다.

"다행이야. 나는 내가 평생 짝사랑만 하다 죽는 줄 알았어."
"너 그럼 그건 뭐야."
"뭐?"
"막 사랑한다고..."
"아 그거? 너 제대로 안봤지? 내가 꼭 보라고 했잖아. 진짜 실망이야."

혁재는 다시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며 입을 삐쭉 내밀었고 이제는 동해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같이 장난치며 웃을 수 있게 됐다.




                                          -


"이번 앨범을 되게 많이 도와준 사람이 있다고 들었어요. 혹시 여자친구?"
"아뇨, 저희 멤버인 동해 씨요. 동해 씨가 제 앨범에 있는 곡들의 상당수를 만들어 주기도 했고,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데 그때마다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그럼 동해 씨에게 영상편지 한번 가시죠."
"영상 편지요? 멤버들한테 안 해봤는데, 음... 동해, 아 되게 어색하네. 이번 앨범 도와줘서 고맙고, 이제 앨범 나오면 바빠서 많이 못 놀아줄 텐데 미안하고, 또 네가 나를 너무 좋아하잖아? 맨날 어디냐, 심심하다, 영화 보러 가자, 막 그러는데 그거 되게 귀찮은 거 알지? 나니까 해주는 거야. 나한테 고마워해. 알겠지?"
"에이 그게 뭐예요. 영상 편진데 사랑한다고 해줘야죠."
"저 아무한테나 사랑한다고 안 해요. 저 비싼 남자예요."
"동해 씨가 많이 도와줬다면서요. 자, 얼른 다시!"
"동해, 고맙고 또 사랑한다. 내 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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