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씨팔살, 부랄친구를 상대로 몽정하고 말았다.
현재 시각 7시 50분. 그렇다, 곧 있으면 학교를 가야 할 시간. 저 멀리서는 이동해가 걸어오고 있다. 아, 잠시만 이러다가 아까 그 장면이 다시 생각날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내 아래서 하... 입에서는 한숨만 푹푹 쏟아져 나왔다. 지금 10초 후면 나한테 나가와서 분명 두 팔을 벌리고 나를 반기겠지? 세상에, 5초 남았다. 이제 곧 있으면 이동해는 내 앞으로 다가와 온갖 승질을 낼 것이다. 그전에 평상시 같으면 장난치면서 서로 틱틱대고 등교를 했을 텐데 얘를 장난치면서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왜냐고? 어젯밤에 내가 꾼 꿈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화가 나니까. 그것도, 바로 몇 시간 전의 일이었으니까.
야야, 자, 잠깐만 스탑! 이동해 한 걸음도 오, 오지 마라? 어? 오면 확 그냥 어???
아 왜! 너 나랑 이런 사이 아니잖아 왜 갑자기 그러는데?! 너 나랑 내외해?!
아, 멍청아 내외라는 단어는 이성끼리 하는 단어... 그나저나 내외라는 단어가 뭔지는 알고 말하냐. 짜식,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게 이제는 그런 어휘력을 구사할 줄도 알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기도 전에 자신의 옆에 껌딱지마냥 붙어서는 빨리 가자고 내 손목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하는데 어? 어? 아, 건들지 말랬지 멍청아!!! ... 조만간 또 꿈꾸겠네. 예전 같으면 스킨십 같은 것도 아무런 생각 없이 했을 텐데 오늘따라 얘가 나에게 하는 터치가 오소소 소름이 끼쳤다. 그러니까, 소름이 끼친다는 게 아찔하다고 해야 해? 괜히 가만히 있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꾸욱 물면서 제발 그 생각을 하지 않게 빌었다. 그야 끝까지 해버렸으니까.
내 나이 씨팔살 먹고 야동을 봐도 엄청난 흥분은 못 느꼈는데, 이동해를 상대로 흥분을 했다. 이걸 성적 흥분이라고 해? 아니? 그러니까 몽정이라고 하나. 그래, 이불을 버리고 말았다. 이제 날씨가 슬슬 더워질 시기라 트렁크만 입고 잠에 들었더니 일어나자마자 얼굴은 홧홧해지고 아래는 축축한 느낌에 바라보았더니 몽정을 해버린 것이다. 왠지 잠을 제대로 잔 느낌이 아니라고 했더니 얼마 전 보았던 야동의 장면과 내가 꾼 장면이 겹쳐 보였다. 꿈은 금방 잊어버린다던데 유독 이번 꿈은 지대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최근 호기심에 찾아본 게동이 문제였나 보다. 자꾸만 이동해가 나의 아래서 울던 게 생각나서 미쳐버리겠다. 아침부터 엄마는 나에게 뭐 하냐며 눈치를 주었지만... 모르겠다. 엄마의 말을 무시한 채로 이불을 세탁기에 구겨 넣어버리고는 집을 나왔다.
별로 티도 안 나는데 왜 이불을 넣어버렸냐고? 이동해가 내 침대에서 그렇고 그런... 아, 상상도 하기 싫다. 또 반응할 것만 같아서. 아, 하필 상대가 이동해일 게 뭐람.
애써 웃으며 이동해에게 제발 좀 놓으라고 내가 너를 상대로 몽정을 해버렸으니 제발 놓아줄래? 이 멍청이 같은 자식아?라고 내뱉고 싶었지만 얘는 또 눈치없이 살짝 밀어내는 내 팔을 꽉 붙잡고 어서 가자는 말을 해버렸다. 차라리 다른 반이었으면 모를까. 이 녀석과 같은 반이며 그리고 못볼 것 다 보고 지낸 사이인데... 그것도 건장한 씨팔살. 나랑 동갑이긴 하지만 동갑 같지는 않고 조금 초딩같은 모자란 녀석이긴 한데, 그래도 얘 상대로 그걸 한 게 이상하다. 나, 혹시 남자 좋아하나? 그건 아닌데??? 어? 어? 그런데 왜 아침에 일어나니까 좋다고 얼굴은 왜 붉어진 거냐고!!!!!! 모르겠다, 이동해 앞에서 표정 관리가 안 된다. 예전같으면 야야, 좀 나와봐. 하고 틱틱댔을텐데 이동해를 바라보니 내 아래서 울고 있던 이동해의 모습과 자꾸만 겹쳐 보이니까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기분은 좋았으니까.
얼마 전에 교실 자리를 바꾼 걸 까먹고 또 예전 자리에 앉을 뻔했다. 원래는 이동해랑 옆자리였는데 이번에 제비뽑기를 한 이후로 이동해가 내 뒷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매일 수업할 때마다 등에다가 포스트잇을 붙여놓거나 머리에 포스트잇 쪼가리들을 잘라놓고선 뿌리더니 혁재야 야야! 너 머리에!!! 이러면서 놀리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얘가 장난을 칠 때면 뒤를 돌아보면서 그만하라고 외치는데 그럴 때마다 이동해는 자기가 아닌 척 시치미를 떼면서 응? 무슨 일 있니? 라며 재밌다고 웃어댔는데 이제는 그 눈을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이 날것만 같았다. 오늘은 제발, 제발 그냥 넘어가자. 장난쳐도 안 돌아보면 그만이지. 나는 최대한 이동해가 나왔던 꿈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얘 상대로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왜 하필 상대가 이동해인 건데?
밤새 그런 꿈을 꿨더니 머리도 지끈거리고 복잡해서 그냥 눈을 감고 잠들기로 했다. 억지로 잠에 드려고 하니 잠이 쉽게 오지는 않았지만 이런 머리로 공부를 해서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평상시 같으면 눈을 부릅뜨고 억지로라도 버티다가 잠들었다면 이번에는 담임의 아침조례가 끝나자마자 바로 엎드려서 눈을 감았다. 제발... 오늘 하루는 이동해와 안 마주치게 해주세요. 이동해 얼굴만 보면 미치겠으니까... 그래, 얼마 전 봤던 야동이라도 생각을 하는 게... 망했다. 눈을 감아도 눈앞에서는 이동해의 얼굴이 생생하다. 그렇게 이동해라는 생각을 떨쳐내려고 억지로라도 눈을 감았다. 뒤에서는 자꾸만 나를 못 괴롭혀서 안달인 이동해가 있었지만. 그래 잠에들자. 잠에 들면 마주칠 일은 없겠...
야야, 일어나! 안 일어나? 너 체육 안 가?
뭐? 체육? 몇 교시 정도 지났으려나 갑자기 누가 내 등을 팍팍 치길래 인상을 팍 쓰고선 억지로 눈을 뜨자 윙크 상태로 흐릿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동해는 옷을 다 갈아입은 건지 체육복을 입은 상태로 나보고 빨리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라는데 아찔했다. 어차피 남녀 분반이니까 남고나 다름없지만 이건 좀 아니지...
어떻게 체육복을 갈아입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시간도 촉박해서 허겁지겁 갈아입었으니까. 보통 체육시간의 꽃은 무엇인가? 당연히 바로 축구지. 축구가 아니라고? 대충 내 나이대의 남고딩들은 축구라고 답할 것이다. 축구가 짱이지. 야야, 빨리 공 갖고와. 옆반이랑 축구 시합을 한다며 각자 포지션 정하기 바빴다. 어차피 운동장에서 달리면 포지션이고 뭐고 그냥 달릴 텐데.
어느덧 체육시간의 절반이 지났으려나 슬슬 땀이 송골송골 맺어 오르고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고 체육복도 어느덧 짙은 색을 띠게 되었다. 너무 더워서 안에 흰티만 냅두고 벗어두고 운동장을 달리고 말았다. 우리 반과 옆반이 사이좋게 한 골씩 넣고 시간 감각도 없이 달렸더니 쉬는 시간 알림종이 우리의 경기를 끝냈다. 열심히 운동장에서 뛰던 이동해를 찾았더니 안 보이길래 저 앞 개수대에 달려가서는 세수하기 바빠 보였다. 가서 골려줘야겠네.
야야 ! 이동해!!!
뒤통수를 툭 치고 살짝 힘을 줘서 야 멍청아! 라며 세수하던 애를 골려줬는데 어버버거리면서 눈이 안 떠진다고 손 놓으라고 내 손을 꾸욱 붙잡고는 놔달라고 성질을 내는데 잠깐만 더 골려줄 생각으로 옆에서 물을 튼다음 슬며시 놔줌과 동시에 얼굴에 물 싸대기를 때려줬다. 그랬더니 잔뜩 울상인 표정으로 티셔츠까지 물이 튄 상태로 나를 올려다보는데 적색 신호가 울려퍼져 나도모르게 미, 미안 이러고 저 멀리 떨어졌다. 그러더니 아, 어디 갔어!!! 두 손을 허우적대면서 눈앞이 제대로 안 보이는지 한 손으로는 자기 얼굴을 닦아내리고선 해맑게 웃으며 나를 곧 응징하러 올 것만 같았다. 이 상태로 이동해와의 접촉? 비상이다. 나도 모르게 이동해를 버리고 교실로 뛰어들어갔더니... 뒤에서는 좋다고 따라오는 이동해였다.
생각해보니까 4교시가 체육이었는데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걸 교실에 올라오고 깨달았다. 오늘은 굶을까? 원래 옆반 애들이랑 다같이 여럿이서 먹고 그랬는데 우리가 체육이라는 이유로 먼저 급식실로 토꼈다. 결국에는 이동해와 내가 얼굴을 마주 보고 먹어야 한다는 건데 모르겠다. 이동해는 아까 당한 게 억울했는지 내 목에 헤드락을 걸고선 복수다라며 나를 여러 대 때렸는데 아 때린 거고 뭐고 지금 티셔츠 하나만 입은 채로 몸이 맞닿아있으니까 괜히 홧홧해지고 난리...
야, 너 열나?!
아니. 열 안나. 너 때문에 열불은 나... 열불 난다 정말. 내 이마를 만지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녀석 때문에 됐다고 급식이나 먹으러 가자고 나는 급하게 급식실로 향했는데 자기도 배고프다며 너, 이거 나한테 잘못한 거야 어? 다음에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사주기야 사주기. 대충 알겠다는 신호를 보내줬다. 이 상황을 넘기고 싶어서.
혁재야 나 여소받을까?
풉, 아 아니 미안. 눈앞에 있는 이동해의 얼굴에 급식을 뱉을 뻔했다. 여, 여소?! 네가 여소를 받아서 어디다가 쓰려고? 너 나랑 여자친구같이 안 사귀기로 했잖, 이게 아니지. 그러니까 서로 눈치껏 하자고... 아 옆반 최시원이 소개해 준다고 했다고? 갑자기 왜? 걔는 자기가 받을 것이지 여자라고는 관심은... 있겠지만 서툰 너보고 갑자기 소개해 준다고 그랬다고? 너 여자 만날 수는 있겠어? 나도 의리로 안 만나는 거 모르냐?
의리?! 의리라던 새끼가 작년에 여친 자랑하던 게 누군데? 나도 연애 한 번 해보면 어디 덧나냐? 그리고 아직도 말하지만 너 같은 새끼들만 자주 보다가 여소 한 번 받아보는 건데 어디가 덧나? 내가 소개해달라고 했다 왜. 나도 살다가 한 번 정도는 그런 거 썸이라고 하냐? 썸인지 쌈인지... 한 번 타볼 수도 있지.
됐어, 그런 거 다 쓸모없어. 너 그때 고1 때 첫사랑이라고 편지 썼던 누나 있지? 그 누나처럼 자연스럽게 만나란 말이야. 나도 고1 때 사귄 여친은 소개받고 사귄 거잖냐. 다 쓸모없ㄷ... 급식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게 내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동해는 됐어, 너랑 말 안 해 이 바보 같은 놈!!!이라며 먼저 급식판을 들고 떠나버렸다. 이동해 같이 가!!!
또 시작이네. 뒤에서 뭔 이상한 게 날라온다 싶었더니 작은 쪽지 하나가 날라와 애써 웃으며 제발 그만하자 동해야를 마음속으로 외쳤는데 쪽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 나 오늘 너희 집 가도 돼?] 나는 그 쪽지를 구겨버리고는 다시 뒷자리로 던져버렸다. 그러더니 이제는 포스트잇으로 내 등을 팍 치더니 붙여놓았다. 팔을 뒤로 뻗어 이동해가 쓴 포스트잇을 확인해보니까 [ 너 왜 내말 씹어? ] 필기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포스트잇을 두 줄로 쫙쫙 긋고는 [ 수업 안 듣냐? ] 뒤도 안 돌아보고 팔을 뒤로 뻗어서 더듬더듬 거렸는데 이동해가 손을 잡았다. 갑자기 손은 왜 잡는 거냐고?! 하필 담임 시간이었는데 식겁하고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혁재, 이동해 뒤로 나가.
사나운 늑대처럼 이동해를 째려봤는데 뭐가 재밌다는 건지 웃으면서 그러게 내 말 들었으면 안 혼났을 텐데 이 멍청이... 내 귓가에 대고 말하는데 억울했다. 내가 너 무시하고 싶어서 무시하냐? 뒤에서 내 어깨를 붙잡고선 귓속말을 걸어오는데 살짝 고개를 숙였더니 작게 읊었다. 그래서, 나 너희 집 오늘 가도 되냐고. 홀리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고 하면 안 되는데... 지난주에도 우리 집 오긴 했는데 오늘은 진짜 안돼. 안돼가 아니라 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왜냐고 물으면 답을 할 자신이 없어서?
이동해와 나는 부모님들끼리 같이 오랜만에 약속이 있다며 정말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야자를 쨌다. 야자를 해도 상관은 없는데 야자하고 우리 집 가서 논다? 이건 백 프로 우리 집에서 자고 갈 확률이 높다. 이동해가 우리 집에서 자주 자고 가고 나도 이동해 집에서 자주 자고 가긴 하는데 얘 상대로 그런 꿈을 끝까지 꾸고 나니 이제는 부대끼고 자는 것도 무리고 절대 불가능. 이동해는 지금 버스타고 집가는 길이 재밌나보다. 난 한 정거장 남아서 초초한데. 혁재야 밖에 벚꽃 봐라 이쁘지 않아? ... 내가 벚꽃 볼 눈치는 있겠어? 벚꽃 본다고 창가에 앉은 내 옆에서 몸을 더 가까이하고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키는데 바로 앞에 훅 들어온 이동해의 모습에 긴장했다. 별것도 아닌데 이렇게 긴장을 하다니. 곧 있으면 내리니까 조금만 참자. 그 꿈을 다른 사람으로 덮던가 야동을 보던가 해야지. 오늘 하루 참 묘하다.
뭐야, 이불 바꿨어?! 지난주랑은 다르네.
어? 어... 바꿨어.
자고 가도 돼? 이불 바뀐 기념!!!!!!
하아... 이불 바뀐 게 무슨 기념일이야? 그러면 내가 베개 바꾸면 베개 바꾼 기념일이라고 자고 가게?? 평소에는 그래 자고 가. 하고 좁은 내 침대에서 같이 잠들곤 했는데 오늘은 같이 잠들면 진짜 사이렌이 울릴 것만 같았다. 나 애국가 4절까지 정확하게 몰라. 4절 가사가 뭐더라? 이동해가 눈치가 없다고 생각은 했는데. 너무 없다. 우리 엄마도 오랜만에 동해를 봐서 그런지 동해 왔니? 이러면서 웃으며 동해를 반겨주고 아까 저녁도 같이 먹었는데 우리 엄마는 이동해에게 고기반찬 한 점 더 올려주고 그랬다. 난 이럴 때마다 서럽다니까. 물론 나도 맛있는 건 이동해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야 이동해. 나 오늘은 바닥에서 잘게.
갑자기? ... 난 상관없는데 이불 새로 바꿔놓고 왜 바닥에서 자? 그냥 같이 자자.
서로 실랑이 벌이다가 실수로 내가 이동해 위로 엎어졌는데 이게 뭐라고 침을 꿀꺽 삼켰더니 목젖이 일렁였다. 내가 더 화들짝 놀래서는 침대 끝에 황급히 자리를 고쳐앉고선 큼큼 거리며 아, 몰라 내가 밑에서 잘게. 너 위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떨어진다면 떨어지는 거지만... 새로 바꾼 기념 네가 첫 번째로 거기서 자라. 우리 내일 학교 안 가? 아, 토요일이구나. 그래서 자고 간다고 한 거야? 이동해는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는 시늉을 보였다. 원래부터 자고 갈 생각이었구나?
그래도 이동해는 갑자기 이상한 말 천지다. 원래부터 이상한 말은 자주 해서 익숙한데. 여소라던가, 자고 가지만 그 이유가 터무니없는 이유? 내가 이동해 면상에 내가 오늘 너를 상대로 끝까지 했다. 라는 말을 뱉을 수가 없어 화가 난다. 원래 오늘의 플랜은 야동을 보고 달래주자였는데 달래주고 뭐고 내가 위로받아야 할 것 같았다. 너무 속상해서... 이동해는 내 속 사정을 모른다는 게 너무 억울해서. 오늘 밤을 새버릴 것만 같아서.
서로 화장실에서 먼저 양치하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데 결국 같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양치를 하고 한바탕 물놀이를 즐겼다. 아까 핸드폰으로 게임하고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했더니 벌써 시간이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겨우 양치를 하고 나오는데 너무 졸린 나머지 먼저 침대에 엎어져서는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속으로 애국가를 외쳐야 하나? 푹 자고 싶은데 이동해가 거슬린다.
야, 너 안 오고 뭐ㅎ...
누워서 이동해를 바라보니 내 방에 있는 책장을 둘러보는 이동해였다. 멍청아 뭐해...! 황급히 팔을 뻗어서 이동해를 침대로 끌고 왔다. 힘을 빼고 있던 동해였는지라 내가 급하게 힘을 주자 엎어지듯이 내 위로 엎어졌는데 나는 이불을 확 걷어 차버리고 홧김에 이동해를 껴안았다. 껴안을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여기서 힘을 풀어버리면 동해가 바로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 꽉 잡는다는 게 이동해가 나한테 안기듯이 다가와서? 자세를 고쳐 서로 고개를 마주한 상태로 안아버렸다.
자자 제발.
평상시같으면 조잘조잘거리던 애가 조용하길래 고개를 숙여 바라보았더니 살짝 숨을 참는 느낌이었다. 곧바로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는 작게 웅얼거렸다. 나아, 여소 안 받을거야... 그냥 해본 말이야 혁재야... 머릿속에서는 이걸 떼어놔야 한다고 적색경보가 울려 퍼졌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다. 그래? 안 받게? 잘했어. 자연스럽게 이동해의 뒤통수로 손을 가져가 천천히 부드러운 머릿결을 따라서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든 것 같은 이동해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
이동해가 귀엽다는 생각은 어쩌다가 한 번 해봤는데 모르겠다. 오늘따라 더 귀엽다고 해야 할까? 이동해는 모르겠지. 그날 밤 모르는 척 홧김에 동해 볼에다가 볼 뽀뽀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 꿈이 헛된 망상일지라도 동해에 대한 나의 감정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사실, 헛된 망상이 실제로 일어나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동해는 나름... 모르겠다, 그저 친구였던 이동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별 감정도 없었던 녀석에게 나라는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싶다.
하지만, 나의 이 싱숭생숭한 감정을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었다.
애초에 그 꿈에 동해가 나왔다는 건 전부터 나는 동해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던 걸까?
유독 오늘따라 새벽이 달게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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