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tag msg admin

November [데뷔] 예그리나_은해야

예그리나 ; 사랑하는 우리사이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온 새벽, 날 반기는 건 짙은 어둠과 적막함이였다. 쇼파 위에 널부러지듯 누워 텔레비전을 틀었다. 그제서야 주변이 환해지고 적막뿐이였던 거실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벌써 새벽 세시, 동해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으려나. 눈 앞으로 동해가 잠든 모습이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아 웃음이 새어나왔다.

 


 디앤이 활동, 일본 투어, 거기에 슈퍼주니어 활동까지. 질리도록 붙어있다가 어쩌다 한번 이렇게 며칠씩 떨어져 있는 날이면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지곤 한다.  이동해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거다, 분명. 불과 몇시간 전까지도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드냐고 칭얼거리는 걸 녹화 중간 쉬는시간마다 휴대폰을 붙잡고 달래주느라 죽을맛이었다. 변했네, 어쩌네 하는 목소리에 서운함이 잔뜩 묻어있는걸 내가 모를리 없지.

 


 사실, 오늘 녹화가 끝나고 간만에 둘이 영화나 보러갈 생각이였다. 그런데 녹화가 자꾸 딜레이 되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보다 두시간이나 늦게 끝나질 않나, 이동해는 자는건지 감감무소식이지 않나. 결국 아쉬움만 잔뜩 담곤 집으로 왔다. 삐돌이 이동해, 내일 어화둥둥 좀 해줘야지. 찌뿌둥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 간단하게 샤워라도 하고 잘 생각이였다.

 

 

 

"아으, 피곤해."

 

 

 

 쏟아지는 물줄기를 멍하니 맞고 있는데 자꾸 동해 얼굴이 눈에 아른거렸다. 거실에도 이동해, 욕실에도 이동해, 부엌에도, 방 안에도 온통 이동해. 내 생활중에 이동해가 아닌건 아무것도 없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마음이 커졌는가 싶어 지난 일들을 천천히 돌이켜보지만 정답은 언제나 모르겠다. 그냥 자연스럽게, 천천히.내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보다.

 


 사실, 난 우리 사이를 조금 유별난 친구사이라고 생각했다. 손을 잡는것도, 포옹을 하는 것도 친구사이라면 당연히 할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이. 그래서 몇십년을 그냥 흘려보냈다. 누가 봐도 사랑이였는데. 그치, 동해야. 아, 처음 내 마음을 알아챈건 우습게도 군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였다. 밤마다 동해 생각이 나는것도, 그 생각을 하고 나면 마음 한켠이 시큰거리는 것도, 그냥 오래 떨어져 있는게 처음이라 그런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틈틈이 통화도 하고 휴가도 맞춰 만나기도 했는데, 그럴때면 헛헛한 마음이 채워지곤 했다. 물론 그것도 잠시였지만.

 


 마음을 인정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였다. 삼십여년을 헤테로로 살아온 내가, 그것도 이동해를 좋아한다니. 무턱대고 마음을 인정하기도, 표현하기도 어려웠다. 우리에겐 책임져야 할것들이 많았으며 또한잃어야 할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정리하려 했었다. 나를 위해서도 동해를 위해서도, 멤버들을 위해서도 그게 맞는 일이라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한번 부풀어오른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결국 나는 그 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동해, 나 너 좋아해.'

 

 

 

 멋없는 내 고백에 동해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웃음을터트렸다. 그때 걔가 뭐라고 했더라, 아마...

 

 

 

'나도 알아.'

 

 

 

 였던것 같다. 여태까지 했던 고민들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동해는 태연히 대답을 이어나갔다. 나도 너 좋아. 많은 거 생각하지 말자. 그냥 좋으면 좋은거고, 좋으면 만나면 되는거고. 그 대답에 놀란건 오히려 나였다. 그래, 그냥 감정에 솔직해지자. 그래서 난 바로 이동해를 끌어다 입 맞췄다.

 

 

 

"진짜 자냐."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억지로 끌어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핸드폰을 들었다. 몇시간째 사라지지 않는 1, 전화를 걸어도 묵묵부답. 자고 있을걸 알지만 괜히 심통이 났다. 안되겠다, 아예 같이 살자고 해야지. 보고싶을때 보고, 안고 싶을 때 안고, 입 맞추고 싶을 때 입 맞출수 있게 같이 살자고. 아마 이 얘기를 들으면 동해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며 타박을 줄게 뻔하지만 내 마음은 확실하다. 밀어붙여야지.

 


 가끔은 사랑하고 있는 우리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인생의 절반을 함께해온 우리,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우리. 그래서 더 특별할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사랑이 주는 특별한 행복, 내게 있어 그 행복은 이동해다.

 

 

 


'Novemb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뷔] 너와 나의 13년_nanami  (0) 2018.11.16
[데뷔] IDOL_버터빈  (0) 2018.11.16
[영화] a lovely night_도내 너는 빛  (0) 2018.11.16
[영화] You drive me crazy_이랑  (0) 2018.11.16
[영화] Actor L&L_에잇  (0) 2018.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