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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장마] rainy day_여지

[은해] rainy day

 


월간은해, 7월호-장마

 

 

 

 

 

 

W. 여지

 

 

 

 

 

https://www.youtube.com/watch?v=3eA9tD3RevA

♪ BGM _ 김성규, Shine ♪

 


(bgm은 취향에 따라-)

 

 

 

 

 

 

 

 

 

 

 

 

 


A.

 

 

 

근 며칠간 세차게 내리던 비가 조금 잦아드나 싶더니, 이내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 어느덧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B.

 

 

 

마치 장맛비처럼 거세게 밀려온 너는, 우산조차 없이 서 있던 나를 흠뻑 적셨다. 아무 것도 못하고 젖으면 젖는 대로, 마르면 마르는 대로. 나는 꼭 감기에 걸리면서도 너에게 맞춰갔다.

 


난 항상 멍청했다.

 

 

 

 

 

 

 

 

 

 


C.

 

 

 

"혁재야."

 

 

 

우리는 뭐야? 동해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물었다. 키스도 하고, 섹스도 했는데. 우린 뭐야?

 

 

 

"형. 우리는..."

 

 

 

애초에 자면 안됐었어. 절대로요. 혁재가 공허하게 말을 이었다.

 


내 누나의 남편이잖아요, 형.

 

 

 

 

 

 

 

 

 

 


D.

 

 

 

이동해는 이혁재의 매형이다. 동해와 혁재의 누나인 은지의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둘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사실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이랑 자자. 대줄게." 이 한 마디에 어느새 몸을 섞고 있었다. 한 두번도 아니고, 둘은 틈만 나면 잤다. 그리고는 되도 않는 사랑을 속삭였다. 혁재야, 사랑해.

 

 

 

"...저도요."

 

 

 

 

 

 

 

 

 

 


E.

 

 

 

"어, 처남도 있었네요."

 

 

 

저가 있던 걸 뻔히 알면서도 말갛게 웃으며 몰랐다는 듯 이야기하는 동해를 슬쩍 쳐다본 혁재가 네. 그럼요. 하고 대답하였다. 왠지 모를 묘한 기류로 앉아있던 둘에게 혁재의 어머니가 이야기했다. 밥 먹어라.

 

 

 

"네, 장모님."

 

 

 

"...응, 알겠어."

 

 

 

-

 

 

 

동해와 혁재의 누나는 정략결혼을 한 사이이다. 그러므로, 서로에게 감정이 없다. 그러다 못해 서로 애인 문제 등 여러가지로 간섭하거나 터치하지 말자는 각서까지 써내렸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이혁재에요."

 

 

 

"...이동해 입니다."

 

 

 

첫 만남이었다.

 

 

 

 

 

 

 

 

 

 


F.

 

 

 

"형."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요. 제 이름을 부르며 현관문을 두드리는 동해에 한숨을 내쉰 혁재가 현관을 열고는 물었다. 이렇게 찾아와서, 뭘 어쩌려고.

 

 

 

"혁재야, 나,"

 

 

 

"형, 나 이제 그만 하고 싶은데..."

 

 

 

쿵. 심장이 나락으로 떨어지다 못해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그만 하자는 말이 이다지도 크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항상 생각해왔던 시나리오라지만, 그래도 이건 늘 뒤로 빼 놓았던 여분의 대본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모질게 문을 닫아버리는 혁재에, 젖은 숨을 들이마쉰 동해가 이내 작게 흐느꼈다. 방금 전까지 내리던 비가 축축한 공기를 만들었고, 다시금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은 동해를 적셨다. 소나기인가 싶어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던 동해가,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발을 떼었다. 그리고 비는 한동안 그치지 않았다.

 

 

 

 

 

 

 

 

 

 


G.

 

 

 

저가 문을 닫고 나서도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한숨을 내쉰 혁재가 괜히 물 한 잔을 마시고는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토독, 토독.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가 쏴아- 하는 소리로 바뀌었다. 이 와중에도 동해가 집에 어떻게 가려나, 싶어 창문을 열고 한참동안 동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에 쫄딱 젖은 뒷모습을 보니 꼭 안아주고만 싶었다. 이제 연을 끊자는 제 다짐과는 반대로, 마음이 계속 어서 가서 안아주라고 시켰다. 사실, 머리로도 그랬다. 안아주고 싶었다.

 

 

 

 

 

 

 

 

 

 


H.

 

 

 

한동안 열병을 앓았다. 금세 떨어질 줄 알았던 열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36.8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은지는 열흘 째 분주했다. 은지의 애인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동해를 간호하던 은지가, 동해의 혁재야... 하는 중얼거림에 그제야 마음 놓고 집에서 나갈 수 있었다.

 

 

 

"혁재야."

 

 

 

-어 누나.

 

 

 

"동해씨 아파. 집에 좀 가 봐."

 

 

 

동해가 아프다는 말에 이미 전화를 끊은 지 오래인 제 동생에 헛헛하게 웃은 은지였다. 애초에, 나 대신 너랑 결혼 했으면. 따위의 생각을 한 은지가 혁재의 번호로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누나 당분간 출장 가.]

 

 

 

 


-

 

 

 

 


띠리리. 암울한 집 안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경쾌한 도어락 소리가 혁재를 집 안으로 이끌었다. 이제는 익숙한 방으로 들어간 혁재는, 죽은 듯 누워있는 동해의 이불을 살짝 매만지고는 밖으로 나왔다. 우선 먹일 것이 필요했다.

 

 

 

"야채죽..."

 

 

 

인터넷에 '야채죽 만드는 법'이라고 검색하니 '쉽게 야채죽 만드는 법', '아채죽, 어렵지 않아요~' 따위의 글들이 화면에 떴다. 아무 생각 없이 가장 상단에 위치한 블로그를 클릭한 혁재가, 어느새 죽을 완성시켰다. 형이, 왜 안 일어나지...

 

 

 

"형, 일어나요. 밥 먹자."

 

 

 

몇 번을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 동해를 살짝씩 흔드니 금세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배싯 웃어보이기에, 정말이지 혁재는 다시는 동해와 멀어지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뭘 웃어요, 못생겨가지고."

 

 

 

"혁재야, 보고싶었어."

 

 

 

저도요. 혁재가 동해의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왜 아파서 사람 걱정되게 해요.

 

 

 

"심술나서."

 

 

 

심술,에 힘주어 이야기하는 동해에 머쓱하게 웃은 혁재가 되려 투덜댔다.

 

 

 

"그러게. 비 그치면 가지. 왜 그 비를 다 맞아."

 

 

 

"장마야, 혁재야. 비 이제 한동안 안 그쳐."

 

 

 

...그렇지. 혁재가 동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동해를 꽉 끌어안았다. 숨을 들이마실 때 마다 콧속으로 가득 가득 들어오는 살내음에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 혁재가 물었다. 장마철 내내, 같이 있을까요?

 

 

 

"나야 좋지."

 

 

 

"사랑해요."

 

 

 

"알고 있어. 그런 것 쯤이야."

 

 

 

몰랐던 것 같은데. 눈시울이 붉어져 눈꼬리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동해의 코를 손가락으로 톡, 친 혁재가 이내 입을 맞추어왔다. 촉, 촉. 입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지고, 동해가 혁재의 목에 팔을 둘렀다. 혁재야.

 

 

 

"형이랑 자자. 대줄게."

 

 

 

동해가 여전히 젖은 얼굴로, 살짝 웃으며 이야기했다. 혁재가 동해의 바지를 벗기던 손길을 멈추고는 동해의 눈가를 손으로 매만지며 말했다.

 

 

 

"...형, 나랑 자요. 사랑해줄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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