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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재회] 다시 만나는 날_햇살반짝이는

 

 

(혁재 시점)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푸흐, 그대로다 너."

 

 

 

 

w. 햇살반짝이는

 

 

 

 

손을 맞잡아오면서 마알간 얼굴로 넌 내게 말을 건넸다. 유독 슬픈듯한 눈을 가지고 아이러니하게 미소 지으며. 여전히 너의 손은 따뜻했다.

멀찍이 네가 서성이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데도 다가서질 못해 머뭇거렸는데, 넌 내게 먼저 다가왔다 예전의 그 때 처럼.

"아.."

꼭 네게 해야 할 말이 ,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이 많은데 엉망진창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린 나는,

아니 널 본 순간 너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나는,

그동안 애써 꾹 참아왔던 아픈 눈물을 어린애처럼 한꺼번에 왈칵 쏟아낼까봐

매일 밤마다 수없이 준비했던 많은 말들을 후두둑 뱉어낼까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만큼 난 아직 사랑을 모르고 있었나보다.

널 보면 울지 말기를 떨리지 말기를 수없이 되뇌었던 나는, 내 손을 잡아주는 너를 느끼는 그 순간

"흡, 흐.."

조막만한 너의 손을 잡은 채 고개만 끄덕거리며 한참을 울어야 했다. 아무말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

 

 

"이혁재 왜 그래.. 너, 너 왜 우냐고! 아, 울지마 응?"

한참을 넋 놓은채 울던 나를 어쩔줄을 모르며 달래주던 너였다. 하긴 항상 우는건 너였고 그런 너를 달래주던건 나였으니까. 얼마나 이 상황이 어색하고 웃음이 날까. 문득 든 생각에 무안해져 얼굴을 들지못하고 있는데

"어디보자. 봐봐 나 좀, 응? 이혁재 울보 다됐네 아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게 마알간 얼굴을 들이밀어 나와 눈을 맞춘 너는 지나온 세월이 무색할만큼 크게 웃어재꼈다.

"아.. 아하하학 이혁재 아 못생겼어 존나, 콧물 뭐냐고! 좀 어떻게 해봐라고!"

어깨를 들썩이며 급기야 몸을 젖혀가며 웃는 너를 보며 멍-하니 보고만 있다 눈가가 빨개진채로 따라 웃었다.

웃지마. 너 못생겼어 지금. 울보 타이틀 이제 넘겨줘야겠다 킄 울보는 내가 아니라 너였네

"... 동해."

"응?"

"..."

"... 괜찮아 혁재야, 혁아.. 괜찮아 나 정말."

그때처럼 날 불러주던 너의 목소리에 조금 용기가 난걸까. 이동해 특유의 웃음을 보고는 이내 마음이 고요해진걸까.

 

"동해, 내 마음이 너무 늦어서 미안. 그리고.. 오늘이 너무 늦어서 그것도 미안."

"기다려줘서 고마워. 여전히 그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워 정말.. "

"음 하고 싶은말 참 많았는데 네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말주변 없는 사람처럼 되는지 모르겠다."

 

한없이 잔잔한 호수처럼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확신이 가득한 너의 눈을 마주 한 순간.

"뭐야 갑자기.. 바보 멍청이 이혁재. 이럴 땐 그냥 한마디만 하면 되는거야."

"ㅇ..어?"

"사랑해. 사랑한다고 이혁재"

"내가 또 늦었네. 사랑해 동해"

 

 

***

 

 

(회상)

인원수가 많은 아이돌그룹들이 판치는 시장에서 듀오로 대박을 친 우리는 더할나위 없었다. 우정과 사랑 그 묘한 줄다리기, 아슬한 경계선에 걸쳐있는 우리 사이를 자각하기 전까지는 . 으레 대다수의 아이돌이 그러하듯 자연스레 해체하는듯 보였으니까.

그 때부터 였을까. 아님 훨씬 전이었을까. 일명 '커플놀이' . 너와 날 엮어 만든 은해라는 이름에 온통 날이 서고 짜증을 내기 시작한게.

"아니 이혁재 존나 웃기지 않냐? 팀이름이 D&E면 동해,은혁해서 내 이름이 먼저와야지 왜 은해냐고!"

"..이동해, 쓸데없는거에 꼬투리 잡지말고 연습이나해."

또다. 저새끼는 못말린다 정말. 별것도 아닌걸로 열을 내는게. 은해면 어떻고 다른거면 어ㄸ..? 어? 아씨. 순간 한없이 날 무장해제 하게 만드는 이동해 특유의 웃음을 본게 잘못일까. 머리를 우왁스럽게 헝클었다.

이동해는 정말 종잡을 수 없었다. 인생의 반을 같이 지내왔지만 문득 멍한 모습을 볼때에는 무슨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어, 지금 또..

"동해"

"..."

"동해? 이동해! 동해야"

"ㅇ..응?"

"무슨생각을 그렇게 해.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 이혁재 떡볶이 먹으러 가자! 아 빨리이 엉? 얼르은"

커다란 눈을 살짝 휘며 웃는 너를, 내 팔에 매달리며 말끝을 늘이는 너를 내가 무슨 재간으로 당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넌 내게 스며들었다. 너무 천천히 물들어와서 내가 자각 할 수 없을만큼.

 

동해는 시시콜콜 내게 모든 걸 얘기해주는 편이었다, 가만가만 들어주는건 내 몫이었고. 항상 곁에 있어서 몰랐던걸까.

하루는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쉬지않고 종알종알 거리는 입술에 시선이 절로 갔다.

 '아.. 키스하고싶다. ......뭐? 하 돌았네 이혁재 미쳤네 와..'

"혁재야, 야 이혁재! 내 말 듣고 있어? "

"ㅇ..어? 뭐라고?"

"무슨생각을 그렇게 해. 나사빠진것처럼? 엉?"

유독 치대는걸 좋아하는 너는, 느닷없이 껴안고 얼굴을 들이미는게 몸에 베어있는 너는..  내게 정말 고역이었다. 점점 내 감정을 깨닫게 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동해는 여전히 평소와 같았지만 그게 더 힘들었다 내겐, 괴로움에 몸서리 쳐질만큼.

"아 더워 떨어져 좀. 뭘 그렇게 앵기고 그러냐 매번"

"뭐! 뭐, 내가 뭐! 맨날 그랬는데 갑자기 뭐래. 이~혁재 으응? 헤헤"

"('아 씨발..') 하지마"

"우리혁재 귀가 왜 빨개져~? 크킄"

"아 씨.. "(쾅-!

"야, 이 멍충아 어디가!" ( '바보 멍충이 이혁재..')

 

***

 

"예? 그게 말이 됩니까?"

그룹으로서의 활동을 잠정적으로 보류하자는 말을 해왔다. 사실 말이 보류지 해체에 가까웠다. 완강히 반대했지만 회사에서는 언제까지나 잘될거라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개인 입지를 더 다져놔야 오래 활동할수있다고 말해왔다.

'젠장.'

물론 이건 나만 알고있는 얘기. 동해는 그냥 개인스케줄인걸로 안다. 일에 있어서 좀 더 꼼꼼한 날 믿고 의지했던 이동해라 의심없이 내가 말하는대로 그냥 믿었다.

"응응 알았어."

 "동해 방금 내 말 제대로 들었냐고."

"아 몰라 이혁재가 어련히 알아서 잘했을껀데 뭐, 아니야? 근데 왠일로 개인스케줄이래?"

"방금 다 말했잖아 아오."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난 뭐한다고?"

"영화찍을거야. 네가 하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영화배우."

"뭐!?"

"왜, 싫어?"

"아니이 영화 해보고 싶었기는 한데.. 예능도 너랑 같이 했고오 웅얼꿍얼.. 아 무서운데.. 혼자하는거느은.."

"언제까지 같이 하는 것만 할 순 없잖아."

"뭐야 말 왜 그렇게 해 이혁재 서운하게.. 이씨"

"... 나도 혼자 하기 싫어 동해. 알면서 그래."

서운하다는 동해의 말에 덧붙인 내 말은 묘한 분위기를 남겼다 우리 사이에. 하지만 그 느낌은 각자 무엇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까맣게 잊혀질 수 밖에 없었다.  군 입대를 앞둔 우린 개인활동으로 인해 바쁜 생활을 보내야 했다. 물론 계속되는 엇갈림은 옵션.

매일같이 보던 너를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일년에 한두 번도 못보게 되는 순간 난 깨달았다. 정말 확실하게도 이동해가 내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내 감정을 확실히 깨달을 동안 이동해는 착실하게 배우의 길을 밟아갔다. 크랭크인한지 벌써 세달. 참 너와 잘 어울리는 스토리였다. 제목마저 너와 잘 맞아떨어지는. 아니, 괜히 내 정곡을 찌르는.

'어제보다 오늘 더 널'

참 얄궂은 운명이 아닐까. 내 개인활동은 이동해 데뷔작의 OST. 신의 장난인걸까.

'어제보다 오늘 더 널 사랑해'

 

-

 

"은혁씨 감정 좋은데? 연애하나봐? 완벽했어 정말.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 이동해!"

"아..감사합니다. 블라블라.. 마지막으로 저의 같은 팀 멤버이자 제.. 소울메이트 혁재씨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다음은 방금 신인상을 받은 이동해씨가 출연한 영화였죠, 어제보다 오늘 더 널의 OST를 부른 은혁씨의 무대가 있겠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널 사랑해."

아, 네 앞에서 이 노랠 부르게 될 줄이야. 숱한 무대를 서왔지만 이 날 만큼은 데뷔무대보다 몇십배로 떨렸던것 같다. 객석 가운데 앉아있는 너와 눈이 마주친 순간 '잘해 혁재야.' 하는 너의 소리없는 응원에 다리가 풀릴뻔 한걸 겨우 힘을주고 버텼다. mr이 흐르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노랠 부르기 시작했다. 홀린걸까 너의 깊은 눈동자에. 생방송이고 뭐고 네게 두 눈을 맞추고, 노래를 빌미로 내 감정을 담아 보냈다 너에게. 너만 빛나 보이는게 아무래도 단단히 홀린게 맞나보다. 이동해 나 어떡하냐 정말.

영화는 로맨스라는 장르의 한계에도 대박을 쳤고 OST 역시 음원시장을 다 휩쓸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각각 배우와 OST가수로 참여한다는 사실에 이미 팬들은 물론 대중들까지 많은 관심을 보였기에 이미 예견된 결과였지만.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들어오고 인터뷰에 예능에 빗발쳤지만 군입대 D-30 기사를 내면서 일단락되는듯 했다. 물론 더 큰 이슈가 되버렸지만.

"혁재야 너 ost 누구, 생각하면서 불렀어?"

"왜?"

"아니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감정이 나올수 없을 것 같아서."

"음..너?"

"켁..컥 ㅁ..뭐?"

"너 생각하면서 불렀는데? 영화 속 주인공에 감정을 빌려서."

"아, 아.. 아그런거였어? 그럼 그렇지~"

아, 씨발 큰일날뻔. 뭘 아는거야? 왜 자꾸 찔러봐 놀라게.. 그 무대 이후로 이동해는 시도때도 없이 찔러보는 말을 해와서 날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둘러댄다고 머리 굴렸던걸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떨리지만.

(연습생 시절)

"혁재 우리 나중에 팀도 같이하고, 군대도 동반입대 하자."

"그래 그러지 뭐."

"약속한거다?"

-

"야 이혁재 너 동반입대 맞는거지? 요즘 군대가는것도 힘들다해서 걱정했는데 진짜 잘된거있지? 기억나? 우리 연습생때 약속했던거."

"어. 기억나지 당연히. 꼬맹이 이동해 겁 많기로 유명해서 군대까지 따라온다고 어후."

"아 뭐래 지어내고 지랄이야아"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 내게 넌 더이상 같은 멤버가, 친구가 아니라서.

그래서 동반입대가 아닌걸 비밀로 했다. 젠장. 엿같은 상황이다 정말.

친구로서 널 대할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차근차근 입대를 준비했고 주변을 정리했다 우리는. 난 마지막으로 네게, 내 사랑인 너에게 내 감정을 전달하기로 마음 먹었다. 비겁하게도. 입대 하루 전 날.

"뭐야 이혁재? 나랑 같이 간다며.. 약속했잖아 우리 같이 가기로 했잖아 뭐야 너! 너..흐읍.. 왜그래 요즈음.. 아니 나한테 왜그래.."

아, 예쁜 눈이 더욱 깊어지더니 결국 울리고 말았다 널. 미친놈. 내가 뭐라고 널.

"미안. 동해. 미안해 정말."

"나 너 좋아해. 그래서 나 너랑 같이 못가. 이제 같이 못할거야 아무것도.. 나한테 너 친구 아니야. 미안."

"...! 흡..흐으..흐읍, 혁,흐읍, 재야아..흐어어흐읍"

통보하듯 덤덤하게 좋아한다 말했다. 속이 후련할줄 알았는데 저 예쁜거 우는 모습 보려고 그런게 아닌데.. 주저앉아 오열하는 널 두고 그렇게 돌아섰다. 그래 비겁하게도 정말 난 도망쳤다 너로부터.

 

 

(동해 시점)

 

나와 다르게 연습생 시절부터 눈에 띄었다 혁재는. 항상 주위에 사람이 끊이질 않았다. 동갑이지만 뭔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내게. 그래서였을까. 내겐 그때부터 사랑이었나보다 넌.

같은 팀 멤버라는, 친구라는 그늘아래 내 마음을 꽁꽁 숨겼다. 그래야 네 옆에 계속 서 있을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사람인걸 나도.. 욕심이 자꾸 생겼다. 더 가까이, 조금만 더. 그래 조금만 더..

친구라는 명목아래 연습이라는 명분으로 계속 내 마음에 널 담았다. 그럴수록 냉담해지는 널 보며 밤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소스라치게 놀래던 널 본 그 날은 진짜. 숙소를 진즉에 따로 나와 살고있는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대성통곡 하는 바람에 옆집에서 찾아올정도였으니까.

힘들지만 정말, 너를 그냥 친구로 내친구 이혁재로 두려고했다. 근데 시상식에서 너의 그 모습은 진짜 비밀연애라도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 내 눈을 쉼없이 마주치며 노랠 부르던 네 모습. 그 선명하고 단호한 눈동자가 말하는 감정이 나와 같다고 착각할뻔했으니까. 내 생각하면서 불렀다는 장난에도 기분이 오락가락하는걸 보면 친구는 개뿔. 아직도 멀었다 난.

언제쯤 오롯이 널 친구로 볼 수 있을까.

그래도 동반입대 하면 우리 매일 볼 수 있을거란 생각에 다행이다 싶었다. 근데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아 이혁재가 내게 비밀을 만든것도 눈물이 날것만 같은데 그게 동반입대 약속을 어긴거라니..

이건 새발의 피였다. 날 좋아한대.. 혁재가..네가 날?

입술을 꽉 깨물고 부들거리던 내 몸이 고꾸라지는게 느껴진다. 아 어떡해.. 그동안의 수도없이 참고 참아왔던 내가 억울해서일까. 그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조차 못한채 처절하게 무너져갔다 난.

그렇게 혁재가 내 곁을.. 아니 우린 어긋났다. 처음으로.

 

 

***

 

21개월 후_

아니, 이혁재가 이동해에게 좋아한다 말한 그 날.

우연히도 마주치게 된 우리. 끝까지 하늘은 우릴 가지고 장난치는걸까.

장난일까. 운명일까.

 

 

셀수도 없이 그려봤어 우리 다시 만나는날.. 그런데 이렇게 만나니까 좋다 혁재야 그치?

 

응. 사랑해 동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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