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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바다] 東海_조라

 

 

 우리는 뜨겁게 연애했다. 활활 불타던 연애의 불씨는 당연하게도 차게 식어 사그라들었다. 뜨겁게도 사랑하던 너와의 이별이지만 그닥 힘들지는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와의 이별을 전하니 모두가 놀랍다는 듯이 되물었다. 진짜로? 갑자기 ? 무슨  있었어? 나는 너네 되게 오래   알았는데 등등. 무슨 궁금증이 그리 많은지 쉬지도 않고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우리의 관계를 떠들어댔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오늘 간만에 친한 형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의 관계를 물어오겠지? 너와 헤어진  벌써  달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과 만나도 너의 이야기 뿐이지만, 나는 그닥 힘들지 않았다. 미디어에서는 가슴이 찢어질듯한 이별을 이야기 하지만, 뜨겁게 연애하던 때에는  잃는다면  세상도 끝이   같았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끝나버린 너와 나의 관계를 전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서서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정말로, 나는,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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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휴가를 맞이해 친한 동기들과 바다를 보러가기로 했다. 분명 그러기로 했는데...  ,   사정이 생기더니 결국 혼자 남게 되었다.

 

 그래 , 여럿이 가봤자 시끄럽기나 하지.

 

 파토난 휴가로 집에서  쉬려 했으나 이왕 이렇게   간만에 조용히 혼자만의 여행을 즐겨보자 하는 마음으로 바다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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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다가온 휴가날은 구름   없이 맑은 날이었다. 가볍게  배낭을 챙겨매고 지하철에 몸을 담아 서울역으로 향하였다. 서울역에 가까워오자 놀러가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소리가 지하철을 가득 메웠다. 귀에 꽂혀드는 소음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핸드폰 볼륨을 키웠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예매한 기차가 서는 플랫폼을 찾아 내려갔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시간 기다리니 내가 몸을 실을 기차가 도착하였다. 발을 움직여 승무원 분께 꾸벅 인사를 하고는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 창문 옆에 위치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무심코 바라본  밖으로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 사람들이 드글드글한 건너편 플랫폼이 보였다. 순간 너와 함께 했던 기차여행이 떠올랐지만 나는 모른  했다. 건너편의 많은 사람들과 같은 얼굴을  네가 떠올랐지만 나는, 기억나지 않는  했다.  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온갖 상념에 빠져있었더니 어느새 기차가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이려 했다.

 

 

 빠르게 바뀌는   풍경이 어느새 회색빛에서 초록빛으로 변해있었다. 푸르른 창을 마주하니 이제야 생각들에서 벗어날  있을  같았다. 너는 항상 나에게 생각이 많다며 타박을 줬다.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으면  깜찍한 얼굴을 디밀며 역시나 깜찍한 목소리로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냐며 눈을 흘겼고 '나랑 있을 때는  생각만 !' 하는 깜찍한 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문득 떠올린 너의 목소리가 이어폰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웃음이 터졌다.

 

 진짜 귀여워 이동해.

 

 이제 나의 동해는 아니지만.

 

 

 떠날 생각을 않는 너의 말소리에 머리를 흔들어  목소리를 털어냈다.  말대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녹빛 풍경도  소용없었다. 머리가 아파오는듯해 좌석에 몸을 묻으며 눈을 감았다. 웅성웅성- 이어폰 너머의 소음과 노랫소리에 파묻혀 다른 세계로 빠져들던 순간 너무도 익숙한 멜로디가  속으로 박혀들었다. 네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매일같이 흥얼대던  노래였다. 틈만나면 불러대던 노래에 장난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밖에 모르냐며 타박을 주곤 했는데.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노래에서도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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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잠에 빠져 색색 숨을 뱉어내다 눈을 뜨니 창으로 물방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 우산 없는데. 여전히 밝고 쨍쨍한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게 얇은 빗줄기들이 창을 때려댔다. 간만에 느껴보는 이질감에 멍하니 미끄러지는 물방울들을 보고있자니 종착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안내하는 친절한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부스럭거리며 짐을 정리하는 사람들로 인해 그마저도  듣지 못하였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에 가방을 걸치고는  쪽으로 다리를 옮겼다. 앞서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기차 밖으로 몸을 빼내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들이 꽤나 거슬렸지만 무더운 날씨를 조금이나마 식혀주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터벅터벅 작은 기차역을 빠져나왔다. 기차역이 바다 가까이에 세워졌는지 물내음이  끼쳐왔다. 비와 물내음에 뒤덮혀있자니 마치 물고기라도 된듯 했다. 비와 바다와 물고기. 모두 네가 좋아하던 것들이다. 진짜 끈질긴 이동해.

 

 

 애써 떠오르는 기억들을 무시하며 바다로 걸음을 옮겼다. 비가 와서인지 멀리서 보기에도 한산하고 조용한 바다였다. 백사장으로 발을 디디자  발에 걷어차인 작은 모래알들이 신발 속으로 들어왔다. 아주 작은 크기지만 신발 속에서 발을 거슬리게 했다. 이젠 작은 모래알에도  생각이 났다. 너는  기억속에 아주 작게 존재하지만 계속 신경쓰이게 했다. 눈물이 왈칵 소리를 내듯 쏟아졌다.

 

 

 주변 사람들의   아주 작은 너까지 지우려 떠나온 여행이었는데, 정말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쩜 너는. 동해 너는  처음보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무심코 흘러나온 오래된 노래 속에도, 내리는 빗속에도 있는 거니. 심지어  넓디넓은 바다와도 닮았어.

 

 철썩이는 파도와 함께 네가 밀려와 나를  막히게 한다.

 

 

 

 

 보고싶어. 계속 네가 생각나, 동해야.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해 동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