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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드라이브] Disco drive_사밀

 

 

 

2006 여름.

 

요즘 유독 힘이 없다. 평소같았으면 혁재와 이방저방을 들쑤시고 다니며 장난을 쳤을텐데, 방에서 나가기가 귀찮다. 숙소가 조용해져서 좋다던 희철이형도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이유를 몰랐다. 데뷔한 1년도 안됐는데 벌써 슬럼프인가. 그냥 , 처지는 기분. 활동도 없으니 억지로 기운 필요도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혁재를 붙잡고 온갖 사소한 것들까지 전부 쏟아내며 징징거렸을텐데, 지금은 그럴 힘조차 없다. 그런 내가 이상한지 혁재가 자꾸 따라다니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 나한테도 안해줘? , 진짜 서운하네. 니가 서운하다고 해서 다음부턴 말해주잖아.

 

장난스럽게 틱틱 거리는 말투였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정하면서도, 뭔가 강렬하다고 해야하나. 쉽게 피할 없는 이혁재 눈빛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을 내뱉었다

 

- 그냥 답답해서. 바다나 가고 싶다

- 바다? 이동해 바다 가고 싶어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던 나와 어깨를 으쓱하더니 조용히 방을 나가던 혁재. 생각없이 뱉은 마디가 가져올 일들을 상상도 못한 다시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____

 

 

다음날 점심쯤, 갑자기 혁재에게서 전화가 왔다. 혼자 조용히 주차장으로 내려오란다. 뭔데?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내려가니, 혁재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서있었다. 훔쳐온 매니저형 차키를 딸랑딸랑 흔들면서

 

- 이동해, 드라이브갈래? 바다보러. 형아가 운전할 알잖냐

 

정말 오랜만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이혁재 니가 진짜 최고다. 생각해주는 것도 최고고, 또라이로도 최고야. 미친 짓에 신나서 홀랑 따라가는 나도 또라이지만. 그래서 우리가 지금껏 붙어다니는 거겠지.

 

- 형한테 허락받은거 맞지,

- 어어. 너랑 놀거라고 했어. 괜찮을거야. 근데 휴대폰은 꺼놓자.

- 이새끼야

 

 

____

 

 

- 이혁재 미친 놈야, 잘한다며!

- 가만히 있어봐, 집중 되잖아.

- 진짜, !! 나오잖아! ! 빨리 !

- , 그럼 이게 깜빡인가? 뭐였더라.

 

운전을 알기는 개뿔. 이혁재의 운전 실력은 10분만에 탄로났다. 엑셀이랑 브레이크를 반대로 알고 있는 아냐? 차가 이분마다 덜컹거렸다. 깜빡이를 켜는 대신 워셔액을 뿌려댔다. 도대체 면허는 어떻게 땄어? 버럭 소리를 지르니 한다는 말이, 따고나서 실제로 번도 해봤단다. , 걱정마, 네비가 하라는대로 하면 있어! 바다보고 싶다며! 능글거리며 자꾸 쳐다보려는 혁재가 어찌나 불안하던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났다. 도대체 이런 실력으로 바다까지 가자고 한거야? 그것도 남의 차로? 출발할 돌아와서 얼마나 혼날까 걱정했는데, 10분만에 살아서 돌아갈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이혁재를 믿은 내가 병신이지 진짜

 

- 내가 바다가고 싶댔지 황천가고 싶댔어?! 시발 앞에 앞에!

- 좀만 있어봐. 적응하면 금방 잘한다니까 내가 .

- 진짜 믿은 내가 잘못이지...

- 어허. 바다보고 고맙다고 울지나 마라.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 시간이면 충분히 거리였지만 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혁재가 앞차를 들이받을까봐 떨고, 이상한 길로 샐까봐 떨고, 정신이 아주 빠졌다. 와중에도 이혁재가 드라이브엔 음악이라며 CD 챙겨와서 그거 틀어놓고 틈틈이 따라부르고. 온갖 난리부르스를 추며 주차까지 겨우 마치고 나니 녹초가 되었다. 차문을 열자마자 짭짤한 바다 냄새가 밀려 들어온다. 이혁재랑 진짜 바다에 왔네. 그냥 생각없이 했던 말이지만 바다 냄새 맡으니까 벌써부터 좋다. 3시간 내내 긴장했던 몸이 풀리면서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출 수가 없었다.

 

- 일단 먹자. 바다 왔으니까 먹어야지?

해산물 먹지도 않는 주제에 횟집들을 가리키며 바보같이 웃는 이혁재.

 

- 그럼 먹을건데. 먹잖아.

- ? 쯔끼다시! 횟집 콘치즈가 그렇게 좋더라.

 

, 됐어. 나도 오늘 회는 땡겨. 횟집 가자고 고집을 부리는 이혁재를 끌고 제일 가까운 분식점에 들어갔다. 휴가철이 끝난건지 해수욕장 치고는 한산했다. 떡튀순 하나씩 시켜 실컷 먹고는 부족하다고 오뎅도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마무리로 하드 하나씩 입에 물고 나란히 해변가를 걸었다. ', 행복 없다 이동해.' 하며 웃는 혁재보고 아저씨 같다며 웃었지만 사실 나도 그랬다. 우울해서 혁재가 여기 데려와준거 아니었나. 우울하길 잘했네.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____

 

이토록 가슴이 뚫릴듯 시원했던 바닷가를 가본 적이 있었던가. 온종일을 웃는 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웃어댔다. 무엇 때문에 우울했는지 전부 잊어버렸다. 서울과 달리 우릴 알아보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그냥 지금이 너무 좋았다. 이혁재랑 이렇게 생각없이 떠들고, 해변가를 뛰어다니며 유치한 장난을 치는 시간이 좋았다. 멤버들이 봤으면 분명 꼴불견이라고 한참을 욕했을거야. 오래전부터 우리는 그랬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가끔은 연인처럼 굴었다. 그게 싫지 않았다. 친구보다는 무겁고 연인보다는 가벼운, 그정도의 사이

 

벌써 노을이 지려는지 하늘이 불긋해졌다. 예쁘네. 모래사장에 나란히 앉아 한참 조용히 수평선을 바라봤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하나. 아쉬움이 일렁거렸다

 

- 동해.

- ?

- 우리 자고 갈까.

- 오늘? 여기서?

 

아니 어차피 내일 할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 돌아가나 내일 돌아가나 왕창 깨지는 마찬가지일텐데 그냥 놀면 어떠냐 이거지. 말하면서 괜히 손으로 모래를 주물거리는 이혁재가 귀여웠다.

 

- 근데 무서운데... 형들 엄청 화났을걸. 휴대폰 켜볼까?

- 어차피 오늘가도 혼나. 그리고, 이제 깜깜해질텐데 내가 모는 타는  괜찮냐.

 

, 형들보다 그게 무섭다. 살아돌아가서 혼나면 그게 다행이네... 기겁을 하는 표정으로 이혁재를 쳐다보니 그건 너무 오버라며 머리를 친다. , 오버 아니거든? 진짜 존나 무서웠다고 중앙선도 밟잖아!! , 내가 언제 그랬어? 해변을 가로지르며 한참을 뛰고, 잡았다가, 때렸다가, 안았다가.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우린 결국 맥주 캔과 과자 봉지를 사서 근처 민박을 찾아 들어갔다. 어느덧 예쁜 초승달이 바닷물에 일렁이고 있었다

 

- 진짜 예쁘다. 혁재야, 좀있다가 나가서 밤바다 보자

- 그래, 그러던지. 잠들지만 않으면

 

 

 

______

 

 

- 이혁재.

- ?

- 고맙다고, 오늘 드라이브.

- , 내가 고마워할 거라고 했지? 그러니까 ~

 

이혁재가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평소 같았으면 느끼하다고 욕했을텐데, 술기운이 올라서인지 나도 그냥 따라 웃었다. 과자 까놓고 티비보며 맥주 캔씩 홀짝거리다보니 기분이 달아올랐다. 결국 편의점에서 다시 병맥주를 잔뜩 사왔다. 돌아오자마자 무슨 말만 하면 ~ 하고 들이키길 반복하니, 어느 순간 꽃무늬 벽지가 뭉개져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진짜 너무 막나가는거 아냐? 하면서도 열린 상자에서 쏟아져나오는 쾌감은 멈출 줄을 몰랐다. 나야 워낙 못마시는 체질이지만, 혁재도 꽤나 마신건지 귀가 빨갰다. , 취하니까 앵기고 싶어. 몸이 자꾸만 멋대로 움직였다. 벽에 기대 앉아있는 혁재 다리를 베고 누웠다. 이혁재가 피식 웃더니 자연스럽게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취하니까 애기됐어, 이동해? 하면서.

 

- 애기 아니거든, 미친노마...

- 지금 발음 새는데

- 아니라고오..

 

이혁재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웃음 소리에 이혁재를 올려다봤다. 잘생겼네, 새끼. 원래 밑에서 보면 못생긴 아닌가.. 취해서 그런가. 눈을 꿈뻑거렸다. 그걸 보더니 이혁재는 술독에 빠진 물고기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하며 혼자 좋다고 웃는다. 발음은 멀쩡하지만 취한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실없는 소리를 하며 혼자 좋아하겠어

 

- , 헛소리 그만 하고 과자 줘어.

- 먹여달라고?

- , 빨리!

 

이혁재가 손을 뻗어서 새우깡을 집었다. 가만히 누워서 입만 벌리고 있는데, 미친 새끼가 킥킥 거리며 말고 콧구멍에 새우깡을 들이밀었다. , 뭐하는거야! 재채기가 같아서 순간적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취한 몸뚱아리가 단번에 일어나질 못하고 제멋대로 휘청거렸다. 이혁재가 그런 끌어안으며 허리를 받쳤다. 순식간에 이혁재 눈동자에 가득 내가 담겼다. 새카만 눈동자 속에 비친 얼굴이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민망해 눈을 피하니 이혁재 도톰한 입술이 보였다. 이상한 기분에 이혁재 얼굴을 밀쳤다. 이혁재도 당황했는지 받치고 있던 손을 뺐다. 다시 이혁재 허벅지를 베고 누운 꼴이 되었다

 

- 미친 새끼야아, 뭐하는 거야!

- 미안해 미안. 진짜 먹여줄게, 해봐.

 

이혁재는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단 장난스럽게 웃으며 새우깡을 입으로 들이밀었다. 방금 분명 일렁이는 눈동자로 잡아먹을 바라봤으면서. , 됐어. 치워. 하며 먹는다고 고개를 돌렸는데

 

- 이혀째.

- ?

- 여기 이래?

 

코앞에 이혁재의 바지 지퍼 부근이 불쑥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분명 평소라면 미친 새끼라고 욕을 하거나, 모르는 넘어가거나, 하여튼 절대 이런 반응을 하진 않았을텐데 내가 진짜 취하긴 취했나보다. 그냥 지금 상황이 너무 재밌었다. 이혁재를 놀리고 싶어졌다피식 웃으며 손으로 이혁재의 앞섬을 쿡쿡 찔렀다. 슬쩍 이혁재를 올려다보니 장난스러운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당황해하고 있었다. 뭐야, 귀엽네.

 

- 우리 혀째 섰어? 때무네?

- , 하지마! , 절로 .

- 왜애.. 설마 때무네?

 

떼어내려는 이혁재 몸짓에, 허리를 잡아당겼다. 이혁재는 벗어나려고 버둥거리고 끌어안고 놔주고. 그러다보니 얼떨결에 얼굴이 이혁재 앞섬에 닿았다. 이혁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깨를 잡아 바닥에 내리 눌렀다. 땀이 살짝 난건지 앞머리가 붙어있었다. 내려다보는 이혁재가 묘하게 야했다. 정말이지 미친 분명하다. 술이 이렇게 무섭다니까

 

- 섹시하다아?

- , 정신 차려 멍청아.

- 니가 지금 정신 차리는 가튼데...

- ... 

- 혀째 지금 나랑 하고 싶구나.

- 이동해 미친... 

- 아니야..? 아니,

 

입이 뭐라고 지껄였는지 자각하기도 전에 이혁재가 입술을 파고 들었다. 순간적으로 좆됐다는 직감했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나도 이혁재 목에 팔을 감싸 안았다. 진짜 나도 몰라. 오늘은 맘대로 할래. 내일을 신경 정신 따위 없었다. 술에 취한 건지, 이혁재에 취한 건지. 평생 제일 가까운 친구로만 지낼 있을 알았는데 완전히 오산이었다. 우리 이렇게 무방비로 취한 단둘이 있어본 적이 없었지. 막상 겪어보니 서로가 이미 참을 없이 자극적이다. 이혁재가 거칠게 티셔츠를 당겨 올렸다. 맨몸에 닿아오는 이혁재 살결이 데일 것처럼 뜨거웠다. 이혁재가 입술을 묻는 곳마다 녹아내릴 같았다. 너랑 하고 싶은 맞아. 귓가에 나지막히 으르렁대는 이혁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온 선이 순간에 끊어져버렸다. 순간은 조금 두려웠다. 얘랑 이렇게 하루 뒹굴고 나면 다음은 어떻게 되는거지? , 근데 지금 이혁재를 어떻게 밀어내. 손만 닿아도 좋은데.

 

 

- 동해, 이동해.

- 흐으, 으응..! 왜애..!

- , 이제 말해도

- 으흣, 흐응, 뭐얼, ..!

-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

- , 흐읏, ..!

- 사랑해, 진짜 사랑해, 동해.

 

 

지금 진짜 진짜 아픈데 니가 사랑한다고 말하니까 좋은 보니 나도 좋아하나봐. 넘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좋은 평생 모르고 하다니. 이혁재 입술에 막혀 버린 달디단 말들이 입속에서 맴돌다 전부 녹아버렸다. 그냥 밤새 이혁재 목을 끌어안았다. 해가 뜨기 직전에서야 기절하듯 잠든 같다. 어떻게 되든지간에 너랑은 앞으로도 자주 드라이브 가고 싶네... 실없는 생각을 하며 이혁재 품으로 파고 든게 마지막 기억이니.

 

 

___________

 

 

Q. 올해로 데뷔 13년차, D&E로는 8년차인데, 둘이 함께한 잊을 없는 추억이 있다면?

D. 은혁이가 운전해서 처음 둘이 바다간 . 근데 그날 황천갈 했어요. 은혁이 운전이 진짜..

E. , 그정도는 아니다! (웃음) 약간 서툴긴 했죠. 스무살이었나, 스물한살이었나... 어렸을 때라. 저도 그날이 잊을 없는 추억 맞네요.

 

Q. 그날이 잊을 없는 추억인가요? 황천갈 해서?

E. 아뇨, ... 그날 동해랑 영원을 약속했거든요.

D. , 뭐래

E. , 맞잖아. 같이 영원히 음악하기로 약속했잖아.

D. , . 맞아요. 맞습니다. (웃음)

 

Q. 이번 활동이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E. 오랜만에 동해랑 바다로 드라이브 가고 싶네요

D. 집에서 쉬고싶어요. 얘랑 드라이브가면 힘들어서.

E. 이러기야? 너도 좋아하잖아!

D. 오랜만이 아니라 저번달에도 갔잖아.

 

Q. 요즘도 같이 드라이브 다니시나봐요.

D. 은혁이가 여행 다니는 워낙 좋아해서 자꾸 저를 끌고 다녀요.

E. 말은 저래도 좋아가지고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얼마나 찍는데요

D. 맞아요. 사실 좋아요. 은혁이가 운전해주고 맛있는 사주고 멀리가면 좋은 곳에서 재워주고. 피곤하긴 해도 저도 좋긴 좋죠.

 

Q.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마디?

D. 그날 바다 데려가줘서 고마워. 그날 아니었음 지금 우리 없었어

E. 뭐야, 감동으로 가는거야? 그럼 아직도 나랑 드라이브 가줘서 고마워

D. , 너무 훈훈하다. 오글거려!

E. 우리 원래 그런 사이잖아. 동해, 사랑해. (웃음)

D. 나도!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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