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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기 말 유럽
"폐하, 어서 피하십시오"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화를 내듯이, 낮게 말했다.
"그럴 순 없다. 그럼 나를 지지하던 국민들을 배신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
15세에 즉위했던 황제 동해. 너무 어린 나이에 즉위했다고 고작 5년 만에 귀족들 사이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서둘러 그는 자신이 총애하던 기사 은혁을 불렀지만 일개 기사가 그 거물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안 됩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폐하.." 은혁이 이번엔 애원하듯이 말했다.
"은혁.. 너무 그러지 마라. 그대는 아직도 나를 15살의 나로 보는구나.."
"저들이 어떤 작자들인지는 폐하도 아시지 않습니까? 폐하는 이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싶습니까? 폐하는 아직!.. 어리시지 않습니까" 은혁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울지 말아라.. 기사에겐 눈물은 금물이다" 동해가 발뒤꿈치를 들어 은혁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폐하!" 고집스럽게 미소만 짓고 있는 동해에 은혁이 소리를 질렀다.
"자 어서 가거라.. 그대를 불렀으면 안 됐는데.. 그대만큼은.. 꼭 살리고 싶었는데.." 동해가 떨리는 목소리로 은혁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그러다 눈물을 흘렸다.
"하... 그들이 오고 있습니다, 폐하. 이대로는 안됩니다. 폐하는 꼭 오래 사셔서, 현제(賢帝)로 남으셔야 합니다. 저와 약조하셨잖습니까. 폐하에겐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은혁이 동해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하지만 동해는 고개를 저었다.
"남은 국민들도 황제가 남자를, 그것도 기사를 사랑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동해가 혁재의 넓은 가슴에 기댔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은혁은 조금씩 떨려오는 그 어깨를 착잡한 마음으로 안았다.
"폐하는 어째서, 어째서 제 말은 들어주시지 않는 겁니까! 어째서 그들의 말은 들어주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들어주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은혁이 눈물을 흘렸다.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그대가 다치게 될까 봐 너무 무서웠다" 동해가 울면서 말을 했다. 은혁은 그런 동해를 품에 꽉 껴안았다.
"사랑놀이는 그쯤 해두죠." 쿠데타 무리의 중심, 그루 공작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작" 동해가 눈물을 닦고 담담하게 말했다. 동해가 왕관을 스스로 벗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그런데... 전 일 처리를 확실히 해두는 편이라서요. 언제 어디서 쥐새끼들이 모여서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동해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이제 미련은 다 버리셨겠죠?" 공작의 말에 동해가 은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은혁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네"
"안 됩니다!" 동해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은혁이 소리를 질렀다.
"음... 이 문제는 당신 같은 한낱 기사 따위가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걸 알 텐데요?" 공작이 은혁을 비웃었다.
"아~ 그래요. 두 분은 사랑하는 사이였죠? 그럼 두 분을 같이 보내드리도록 하죠. 처리해." 공작이 팔짱을 끼더니 비웃었다.
"흐윽!" 동해가 소리를 질렀다. 곱게 한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던 동해에겐 익숙하지 않은 고통이었다.
"폐하! 폐하!" 은혁이 동해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때, 은혁의 등에 칼이 꽂혔다.
"으, 은혁 흐으, 아파 아파.." 동해가 눈물을 흘리며 신음했다.
"폐하... 다음 생엔, 다음 생에선 제가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꼭.. 폐하가 어떤 모습이든 꼭 살려내겠습니다" 은혁이 동해를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황제 동해와 그의 충실한 기사 은혁은 영원히 역사 속으로, 땅 속 아주 깊은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2020년.
한 남자가 넋을 잃은 채 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다. 그리고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커다란 화물차가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어...!"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남자는 자신이 멀쩡하단 걸 확인했다.
"어라..?"
"조심하셔야죠, 동해씨" 남자는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고 있던 남자를 바라봤다.
"어..? 저를 어떻게 알.." 동해의 눈에서 눈물이 톡 하고 떨어졌다. 동해는 웃고있는 그 남자를 꼭 끌어안았다.
"제가 지켜드린다고 약조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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