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혁재! 같이 가자고!”
종례가 끝나자마자 혼자 쏙 도망가는 이혁재를 따라 뛰었다. 아오, 빠르기만 졸라 빨라가지고. 동해는 교문에 다다라서야 혁재와 나란히 걸을 수 있었다. 너 이씨… 혁재를 흘겨보며 동해가 투덜댔다.
“너 아주 나 놀리는 맛으로 살지?”
“우리 동해 많이 똑똑해졌네, 어떻게 알았어?”
이씨… 혁재를 두고 걸음을 빨리했다. 이혁재 멍청이 제일 싫어! 혁재 역시 그런 동해를 보곤 웃으며 걸음을 빨리했다.
“동해, 삐쳤어?”
“아니, 뭐, 왜.”
삐친 티를 확확 내며 발을 굴리는 탓에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삐쳤네, 삐쳤어. 혁재는 그런 동해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얘기했다. 동해, 그럼 내가 오늘 있었던 일이나 얘기해 줄까?
혁재의 얘기에 호기심이 동한건지 동해는 구르던 발을 멈추곤 혁재를 바라 보았다. 뭔데?
“아니 글쎄, 오늘 이 오빠가 번호를 따였다는 거 아니겠냐.”
“뭐?”
“아까 점심시간에 축구 하다 잠깐 스탠드에 앉아 있었는데 누가 와서 번호를 물어 보더라고.”
자랑스러운 듯 제게 이야기를 늘어 놓는 혁재를 보며 동해는 순간 미간을 좁혔다. 좋냐? 좋냐고.
“그거 딱 보니까 스팸 문자 보내려는 거네.”
“야, 아니거든. 우리 학교 후배였어.”
“그럼 교회 나오라는 거겠네.”
“절대 아냐. 딱 보니까 수줍은 얼굴이던데 오빠 곧 고백 받는 거 아닌가 싶다.”
지랄하네.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얘기하는 혁재에 동해는 괜히 기분이 상했다. 이혁재 이씨… 못생겨 갖곤 성격도 더러운데 걘 이 새끼가 뭐가 좋다고… 차라리 내가 더 낫겠다! 아까보다 표정이 더욱 굳어가는 동해를 보며 혁재는 동해가 모르게 작게 웃곤 말을 이었다.
“동해, 표정이 왜 그래. 설마…”
“설마 뭐, 뭐!”
“질투해?”
“아, 씨발 아니거든! 무슨 질투야, 질투는.”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번호 따인 얘기를 하며 실실 웃고 있는 혁재를 보니 괜히 짜증이 났다. 동해는 그런 혁재를 가만히 쳐다보다 말없이 자신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야, 야, 동해 같이 가! 뒤에서 들려오는 혁재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곤 동해는 쏜살같이 달려 머지 않게 있었던 제 집으로 쏙 들어갔다. 메롱이다, 이혁재!
혁재를 놀려준 게 통쾌했던지 동해는 혼자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 문득 좀 전에 했던 이야기들이 떠오르자 잠깐 가셨던 우울이 동해를 찾아왔다.
“씨이… 왜 좋아하는 거야.”
자꾸만 안 좋은 쪽으로 이어지는 생각에 결국 동해는 우울감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런 동해를 아는지 모르는지 혁재는 동해의 우울감의 원인인 그 일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아침부터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있었다. 야, 동해. 얘가 나 이번 주말에 시간 비냐는데? 벚꽃 축제 가자 하려나본데 좀 그린 라이트야? 아무리 물어도 반응이 없는 동해에 혁재는 동해의 코 앞까지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곤 말했다. 동해~ 왜 무시하고 그래, 응?
동해는 기분이 상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았는지 평소처럼 저리 치워, 하며 혁재의 얼굴을 밀었다. 그러나 혁재는 그에 굴하지 않고 눈치없이 물었던 말을 또 묻고 있었다. 네가 보기엔 아니야?
하아… 그래, 너 잘 났다. 동해는 그런 생각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씨… 그래! 그린 라이트다, 아주! 청록색 선명한 그린 라이트야, 됐냐!”
버럭 소리지르는 동해에 혁재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는지 혁재는 순간 흠칫했다. 그렇게 혁재가 놀라고 있는 사이 동해는 씩씩거리며 반을 나갔다. 잠시 벙쪄 있던 혁재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청록색 선명한… 아, 이동해 귀여워 진짜.
“동해, 어디 가!”
동해가 있을 곳은 옥상밖에 없음이 분명했다. 동해는 기분이 우울할 때 옥상을 찾곤 했다. 시원한 바람이라도 맞으면 기분이 좋다나 뭐라나. 혁재는 동해가 하던 말을 떠올리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자 난간에 기대 눈을 감고 있는 동해가 보였다. 동해? 나지막이 혁재가 동해를 부르자 동해는 눈을 살며시 떴다 혁재임을 확인하곤 다시 감았다. 뭐야, 왜. 동해가 서운할 때면 나오는 특유의 툭툭 내뱉는 말투임을 혁재는 눈치챘다.
“동해, 왜 그래?"
"... ..."
"응? 말 안 해 줄 거야?"
“아, 모르면 말 걸지 마!!!”
그런 동해의 반응에 혁재는 다시 한 번 씩 웃음을 지었다. 아, 이동해 진짜 귀여워서 어떡하냐.
"무슨 일인지 말해 줘봐, 응?"
물론 혁재는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다. 표정에서, 행동에서 티를 팍팍 내는 걸 어떻게 모를 수가.
눈을 맞춰 오며 대답을 재촉하는 혁재에 동해는 혁재의 눈을 피하며 입을 앙 다물었다. 도리도리, 말 안 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으며 동해는 혁재를 살짝 밀었다.
밀려나지 않고 오히려 더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동해는 결국 닫았던 입을 열었다.
"이혁재 너..."
"응, 나?"
"걔랑... 벚꽃 보러 갈 거야?"
어? 예상치 못한 동해의 말에 혁재는 당황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흐, 그거 때문에 그런 거였어?
"아니? 아니야, 그런 건 아닌데..."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떨구는 동해를 보며 혁재는 하루에 수십 번도 더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할 수밖에 없었다. 아, 미치겠다 이동해 진짜.
"걔랑 갔으면 좋겠어서 물어보는 거야?"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물어보는 혁재에 동해의 귀는 불타는 듯 달아올랐다. 도리도리. 소심하게 고개를 젓는 동해를 보며 혁재는 말했다.
"안 가, 걔랑 벚꽃 보러."
들려 오는 혁재의 말에 동해는 떨구고 있던 고개를 바로 들곤 혁재를 바라보았다. 동해의 눈과 자신의 눈을 맞추며 혁재는 말을 이었다.
"걔는 사실 동아리 후배고, 벚꽃은 당연히 너랑 보러 가야지 동해."
"... 진짜로?"
"당연하지, 좋아하는 사람이랑 길을 걷다가 꽃잎을 잡으면 이루어진대. 이번 년도엔 그것도 좀 해볼까 싶고, 뭐."
"좋아하는 사람...?"
"응, 동해 너."
"... ..."
"동해, 같이 보러 가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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