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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부케] 나의 흰 튤립_버터빈

 

나의  튤립

 

w.버터빈

 

 

 

 

 

 사랑이 결혼한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마음과 이별한다.

 

 

 

 

 

 

 

 

동해를 처음 만난 , 선선하고 꽃내음 가득한 바람이 들어차는 맑은 봄날이었다.  있을 체육대회 준비에 교실 뒤편에서는 체육 부장이었던 나를 중심으로 반에서 운동  한다하는 아이들이 모여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시간이 체육 시간이었던지라 입고 있는 반팔 체육복 상의는 땀에 흥건히 젖어 기분 나쁜 냄새를 가득 머금고 있었지만, 그나마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봄바람 덕에 찌푸렸던 인상을 다시 곧게   있었다.

 

 

다들 자리로 가서 앉아라.”

 

 

체육 시간에 있었던 축구 경기의 여파로 가뜩이나 열이 올라있던 교실의 공기는 체육 대회의 선수 선발을 위한 열띤 토론으로 더욱 달아올라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뺨이 후끈거릴 지경이었다. 한참 떠들던 와중 종례시간에 맞춰 교실 문을 탁탁 치며 등장한 담임 선생님으로 인해 모여 있던 아이들이 각자  자리를 찾아 흩어지자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듯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특별한 전달사항은 없는데, 며칠 전에 얘기했듯이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니까 적응    있게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관자놀이를 타고 주륵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다른 관심 없이 운동장 주위에 잔뜩 심어진 나무들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모양만 지켜보면 혁재가  들려오는 전학생의 목소리에 무심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녕,  이동해라고 . ..  지내보자.”

 

 

지방에서 올라왔다더니 어색하게 구사하는 서울말에는 여전히 사투리의 억양이 잔뜩 남아있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 짧은 인사 끝에 머쓱하게 웃어 보이는 얼굴에서는 그려놓은  마냥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와 입술 새로 드러난 뾰족한 송곳니가  인상 깊었다. 저도 모르게 동해의 입술에 시선이 꽂힌 혁재가 멍하니 동해를 바라보고 있자  시선을 느낀 건지 동해가 찬찬히 고개를 돌리고, 그렇게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흠흠-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찔리는 기분에 재빨리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 혁재가 힐끔, 곁눈으로 다시 동해를 쳐다보았다. 그런 혁재를 계속 보고 있던 동해는  시선조차 알아채 버린 건지 킥킥 조그맣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동해는, 저기 창가  뒤에  자리 보이지? 혁재 옆에 가서 앉으면 되겠다.”

 

-”

 

 

불어오는 바람에 푸른 나무들이 기분 좋게 흔들리고, 어느새 만개한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달콤하게 스치는 따스하고 푸르른 봄날,

 

 

 사랑의 시작이었다.

 

 

 

 

-

 

 

 

 

동해와는 의외로 맞는 구석이 많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것도, 운동장이 보이는 창가 자리를 좋아하는 것도, 심지어 자주 듣는 노래들까지도.

 

 

바로 옆자리에 앉은 덕에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나누고, 같이 밥도 먹고, 축구도 하고,  나이의 아이들이 으레 그러하듯 우리는 그렇게 차차 가까워졌고 서로에게 있어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전까지 혼자였던 등하굣길은 동해와 함께하면서부터 하루 일과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흥얼이기도 하고, 가끔은 누가 먼저 도착하나 달리기 시합도 하고, 그렇게 ,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등하굣길에 항상 나와 함께였던 동해는 2학년, 그리고 3학년이 되어 반이 서로 나뉜 후에도 여전히  ,   위에 있었다.

 

 

 대학 어디  거야?”

 

글쎄, 너는 정했어?”

 

나야 .. 성적 맞춰 가야지.”

 

 

1학년 1학기 성적이 나오던 날이 생각났다. ‘답지 않게 공부는  하나보네.’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건지 모르겠지만  성적표를   힐끗, 보고는 입을 살짝 내미는 동해는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중학생 때부터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유지해왔던 나였기에 손에 들고 있는 성적표를 봐도  감흥은 없었다. 그저 이렇게 나왔구나- 싶을  별다른 기쁨도,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같이 등교하고 같이 수업 듣고 같이 공부했는데 치사하게 혼자만 시험  보고, 솔직히 말해   몰래 밤새 공부한 거야?

 

그런거 아니야.

 

아니면 뭔데! 말해봐!

 

 

그러나 옆에서  성적표와 나의 성적표를 번갈아보며  혼자만 시험을  본거냐며 종알거리는 동해가 너무도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서, 나는 입학하고 처음으로 성적표를 보며 크게 웃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나는 무난하게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고, 그런  옆에서 나를 따라잡겠다며 열심히 공부한 동해 역시 1학년 때에 비해서는 성적이 많이 올랐다. 동해는 자신이 예전부터  가고 싶어 하던 대학에 상향 지원  거라고 말했다. 상향 지원이라고는 했지만 동해라면 충분히 붙을  있을  같았다. 나는 잠시 동해와 함께 캠퍼스를 거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고등학교와는 비교   없이 널따란 캠퍼스에서 낡아빠진 교복은 벗어던진   꾸며보겠답시고 빳빳이 다려진  옷을 꺼내 입은, 지금보다 조금은  성숙해졌지만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해 어리숙한 모습으로 맑게 웃어 보이는 동해, 그리고  옆에서 그런 동해를 보며 웃고 있는 .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가엔 즐거운 미소가 피었다.

 

 

나도  대학 붙으면 거기 가려고.”

 

? 너는  상위권 대학   있는  아니야?”

 

그냥, 나도 제일 가고 싶은 곳이 거기라서.”

 

 

정말? 그럼 우리 가서도 같이 수업 듣고  먹고 그러자! 알겠지 혁재야?

 

그래, 그러자.

 

 

너와 함께 있을  있다면, 그게 어디든 나는 좋으니까.

 

 

 

 

-

 

 

 

 

마냥 순수하기만 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가 대학생이 되고, 사회 초년생이 되고, 이제는 서른 ,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어도 여전히  가슴 안에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구도 알지 못하게 그렇게 소중히 품어온 나의 첫사랑, 너만은 끝까지 아무것도 몰라야 한다, 아무것도.

 

 

 

 

 

 

 

 

- 혁재, 뭐해?

 

집에서 일해. 무슨  있어?”

 

- 그냐앙... 우리 혁재 목소리.. 듣고 싶어서..”

 

“... 마셨어?”

 

 

오늘은  무슨 일인건지,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해 늦은 새벽 걸어온 전화에 심장이 , 내려앉는다.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라도 있었던 건지, 아니면 다른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지. 이렇게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오로지 휴대폰  편에서 들려오는 동해의 목소리에만  신경을 집중하고는 했다.

 

 

동해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그런 동해를 위로해주고 안아주고 챙겨주는  오로지 나뿐이었다. 동해의 옆에 누군가 있더라도  사실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이동해의 옆에서 지치지 않고 버틸  있었던 이유일지도 모른다. 내가 없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힘들어할 이동해를. 나는 너무도  알고 있었기에. 그런 나를 가장 친한 친구로만 대하는 이동해가 가끔 미워질 때도 있지만, 이렇게 이동해에게 나는 반드시 필요한, 아주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괜찮았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 해도 나는 충분히   있을  같았다.

 

 

동해는 짧은 연애조차  하고 일에만 매달리는 나를 지독한 워커홀릭이라 불렀다. 언제까지 그렇게 일만 하며  거냐며 한숨 섞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기해하기도 했다. 연애도  하는 놈이 어떻게 사랑과 이별의 내용을 담은 가사를 그렇게    있는 건지, 자신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사실 내가 쓰는 가사는 모두 이동해를 생각하며  것인데, 막상  당사자는 바보같이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바보같이.

 

 

동해.   걸어봐- 그렇지.”

 

으음... 힘들어..”

 

거의  왔어. 좀만 참아 바로 눕혀줄게, ?”

 

으으...”

 

 

테이블에 엎어진 건지 , 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 들리지 않는 동해의 목소리에 결국 앉아있던 책상 앞에서 벌떡 일어나 동해의 이름만 계속해서 불러댔다. 술에 취해 어딘가에 뻗어버린 것이 분명한데, 어딘지를  수가 없으니 점점 불안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동해의 이름을 불렀을까, 여전히 나와의 전화통화가 끊기지 않은 동해의 휴대폰을 발견한 주인아주머니가 나에게 술집 주소를 또박또박 읊어주고 나서야 나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곳으로 달려갈  있었다.  

 

 

대체 무슨 힘든 일이 있는건지 나에게 안겨 집으로 향하는 길에도 흐느낌을 멈추지 않는 동해가 걱정이었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잔뜩 마신 탓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동해를 끌고 오느라 이미 입고 있던 티셔츠는 땀으로  젖어버린지 오래였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는 동해를 겨우 집으로 끌고 들어와 소파에 뉘인 후에야 나는 시원한 거실 바닥에 철퍼덕 드러누워 숨을 골랐다.

 

 

소파에 눕히자마자 잠이  건지 눈을 감고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들려오는 듯해 방으로 들어가 땀에 젖은 티셔츠를 벗어  옷으로 갈아입었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에 벅벅 세수를 하고 나니 비로소 열기가 모두 가시는  같았다. 다시금 거실로 나가보니 아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는 동해가 보여 침대로 옮기기 위해 더욱 가까이 다가섰을 때였다.

 

 

흐윽,”

 

 

작은 흐느낌과 동시에  감은 눈에서 눈물 줄기가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버린건지  잃은 아이처럼 서럽게도 엉엉 울어댄다. 사랑하는 이가 앞에서 저렇게 울고 있지만  이유도 알지 못해 달랠 수조차 없는 내가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져  또한 가슴이 먹먹해졌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함께 엉엉 울고 싶었다.

 

 

“... 울어. 무슨  있어?”

 

 

나의 물음에도 대답 않고 한동안 서럽게 울어대던 동해는  시간쯤이 지나서야 내가 떠다준 물을  모금 넘기며 겨우  자신을 진정시킬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가슴을 크게 들썩이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은지랑 싸웠어.”

 

“.......”

 

헤어지자더라.”

 

 

그녀 때문이었구나.

 

 

동해에게는 만난  이제 3년쯤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동안 동해가 소개시켜준 여자는 여럿 있었지만, 이번엔 내가 봐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동해를 바라보는 눈에 진심이 가득한 것이 보였달까.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겐  마음이 아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같은 눈빛으로 동해를 보고 있었으니까.

 

 

 잘못이 .”

 

“.......”

     

결혼 얘기만 나오면 내가 자꾸 피했거든.”

 

 

말없이 나에게 그녀와의 일을 털어놓는 동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동해는 물기가 잔뜩 어린 얼굴로 한쪽 벽을 멍하게 응시한  중얼이듯 그녀와 싸우게  이유를 설명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동해가 하는 말이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저 물기어린 , 잔뜩 울어 빨개진 콧망울, 얼마나 깨문 건지  피가  지경이  입술만이 눈에 들어와 박혔다.

 

 

그녀가 미웠다.

 

 

전화해서 붙잡고 싶었는데,  그럴 용기는  나고...”

 

 

너를 이렇게 울리고 가버린 그녀가 미웠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술이나 마신 건데,”

 

 

너를 힘들게 하는 그녀가 미웠다.

 

 

모르겠다. 술을 마셔도 자꾸  생각만 나고..”

 

 

그럼에도  앞에서  얘기를 듣는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런 내가, 나는 가장 미웠다.

 

 

 

 

-

 

 

 

 

일어났어?”

 

 

새벽까지 무어라 무어라 중얼이던 동해를 겨우 침대에 눕혀 재운  한참을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언제까지일까, 나는 언제까지, 너를 보며 이렇게 뒤에서 아파해야 하는 걸까. 자주 겪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심장이 더욱 쓰려서 나는 새삼스럽게도 너를 처음 만난    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따스했던 봄날의 너를, 창을 넘어 들어오는 햇빛에 반짝이던 너의  미소를, 나는 사랑하지 않았어야 했다. 혁재 너는  가장 친한 친구라며  품에 안겨오던 너를 마주 안으며 나는, 그런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지 말았어야 했다. 그저  역시 너를 가장 친한 친구라, 가장 편한 친구라 말하며 너에게 향하려는 마음을  붙잡았어야 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나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너를 위로해줄  있었을 텐데.

 

 

하지만 거실 가득한 아침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향해 걸어오는 너를  순간 나는 알았다. 그때의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나는 너를 사랑하고  거라고. 나를 보며 해사하게도 웃어 보이는 너를, 나는 결국은 사랑하게  거라고.

 

 

소파에서 잔거야? 불편했을 텐데.”

 

괜찮아. 속은  어때.”

 

나는... 괜찮아,”

 

 

해장국  끓여주라.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손으로 배를 감싸는 시늉을 하며 소파로 다가오더니 이내  허벅지를 베고 털썩 누워버린다. 뭐야, 무거우니까 나와. 짜증나는  목소리를 깔고 말해봤자 신경도  쓴다는 듯이 아예 팔짱까지   눈을 감아버린다.

 

 

해장국 끓여달라더니 이렇게 누우면 내가 어떻게 일어나냐 멍충아.”

 

잠깐만 이렇게 있다가, 이따 점심에 끓여줘..”

 

아직 졸려?”

 

 

... 졸려죽겠다...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던 동해가 창을 넘어 들어오는 햇빛이 맘에  드는지 소파에 어정쩡하게 놓여 있던  손을 끌어다   위에 얹어 놓았다. 그런 동해를 보며 작게 한숨을 뱉은 나는 동해의  위에 올려진 손은 가만히   다른 손으로 옆에 있던 담요를 끌어다 동해의  위에 살짝 덮었다.

 

 

아침엔 아직 쌀쌀해. 이거 덮고 .”

 

 챙겨주는건 우리 혁재밖에 없네.”

 

그걸 이제 알았냐?”

 

크크.. 우리 혁재가 최고네,  그냥 평생 너랑 살까봐.”

 

“.......”

 

나에 대해 모르는 것도 없지, 다정하지, 착하지.  그냥 나랑 평생 살자. ?”

 

“.......”

 

뭐야, 싫어?”

 

 

너랑 평생 살면,  평생 이렇게 문드러지는  끌어안고 살라는 거냐, 이동해 바보야.

 

 

싫냐고 이혁재! 대답해봐!”

 

 

내가 대답을 않자  위를 덮고 있던  손을  치운  나를 무섭게도 노려본다. 이제는 멱살까지 잡아채려는 기세로 나를 닦달하는 동해가 우스워 웃음이 났다.

 

 

알았어.”

 

?”

 

너랑 평생 살아준다고 내가.”

 

진짜지?”

 

그래,”

 

 

 옆에서 계속 이렇게 아파해야 한대도 나는,

 

네가 언젠가  약속을 잊고 다른 사람에게 가버린다해도 나는,

 

 

이동해 옆에, 평생 있을게.”  

 

 진짜 약속한 거다?”

 

그래 알았어.  아니면 너를  누가 챙기냐?”

 

 

언제나  옆에 이렇게,  보며 서있을게.

 

 

 

 

 

 

 

 

동해가 다녀간  며칠이 지났다. 다행히 감정을  추스린건지  연락이 없는 동해 덕에  역시 그동안 미뤄왔던  작업을 끝낼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갖게  여유에 맥주나   하면서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갑을 챙겨 현관을 나서려던 찰나였다.

 

 

봄이 되면   노래를 벨소리로 해둬야 한다고 빡빡 우기던 동해가  멋대로 설정해놓은 노래가 주머니에서 조그맣게 새어나왔다. 겉으로는 귀찮은  싫은  했지만 사실  노래는 고등학교 3 내내 등하굣길에 동해와 함께 즐겨 부르던 노래였던지라  노래가 휴대폰에서 울릴 때면 나는 그때  시절 어리기만 했던 동해가 떠올라 혼자 웃음 짓고는 했다.

 

 

여보세요?”

 

-혁재야! 어디야?

 

 집이지.”

 

-그럼 나와! 같이  먹자.

 

 

저번에는 술에 잔뜩 취해 전화를 걸어 사람을 걱정시키더니 오늘은 다행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보이지 않아도 붕붕 떠다닐 듯이 신나서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동해가 생각나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피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모든  귀찮은 기분에 편의점에서 대충 요기나  생각이었던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다시 들어섰다. 이런  사랑의 힘이라는 걸까. 이런  모습이  스스로도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

 

 

 

 

혁재야 여기!”

 

 

약속한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부르며 번쩍 손을  동해를 보자 웃음이 났다. 자꾸만 비죽비죽 올라오는  꼬리를 누르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 관리를 하며 조금  안쪽으로 들어섰을 ,

 

 

혁재씨 오셨어요?”

 

 

  나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표정 연기를 해야 했다.

 

 

, 같이 계셨네요?”

 

.. 오랜만에 뵙네요.  지내셨죠?”

 

저야 ..  똑같죠.  지내셨어요?”

 

 저도 ..”

 

 

그녀와 내가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도 뭐가 그리 신난건지 동해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앞자리를 가리키며 나에게 어서 앉으라 성화댔다. 며칠  헤어지기라도  것처럼 울면서 나를 찾아와 나를 걱정시킬  언제고, 이렇게 웃는 얼굴로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에 가슴이 크게 일렁였다. 오랜만에 너와 하는 식사에 나는 잔뜩 들떠 이곳으로 왔는데, 시간이 흘러도 너는 나에게. 너무도 잔인한 사람이었다.

 

 

 먹을래?”

 

 

들뜬 얼굴로 그녀를 향해 환히 웃는  얼굴에 가슴이 쓰렸다. 겨우 메뉴 하나 정하는 것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이런 나를 앞에 두고 그녀와 속삭이는 너는 이상하게도 내게 낯선 사람처럼 느껴져 괜히 서늘해진  한쪽을 쓸어내렸다.

 

 

무엇을 먹는 건지도 모를 시간이 하릴없이 흐르고 대충 식사가 마무리 되어갈 쯤이 되자 그제서야 나를 똑바로 쳐다본 동해가 수줍은 미소를 하며 나에게 말을 꺼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들어서는   말을 들을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

 

 

혁재야.”

 

“....”

 

우리... 결혼하기로 했다.”

 

 

결혼을 한다고 했다, 이동해가. 옆에 있는 그녀의 손을  붙들고 나에게 말했다.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느껴졌지만 주먹을  쥐고 차오르는 눈물을 가득 삼켜냈다. 친한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은 사람은 보통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 그게 아니라면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들은 사람은. 나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 거지.

 

 

너는  가장 친한 친구니까,”

 

“.......”

 

너한테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었어.”

 

“.......”

 

“...놀랐어?”

 

 

내가 이렇다  대답이 없자 괜히 나의 눈치를 살피며 어깨를 움츠린다.  모습에 잠시 멈춰있던 사고회로가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가는  했다.

 

 

,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랬어.”

 

결혼.. 축하해, 진심으로.”

 

 

끝까지 나는 너를 위한 거짓말을 .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자마자 그녀와 마주보며 기쁘게 웃는 너의 표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예전 너의 모습들과 겹쳐졌다. 나의 장난에 세상이 떠나갈 듯이 깔깔 웃어보이던 , 아주 가끔 너에 대한  마음을 주체할  없어질 때면 선물하던   송이에 날아갈  기뻐하던 . 17   옆에서  맑게도 웃어주던 너의  모든 모습들이 하나하나  눈에 아른히 스쳐 지나갔다.

 

 

그래, 너만 그렇게 행복할  있다면,

 

아무도 모르게 감춰온  마음쯤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

 

 

 

 

며칠을 앓았다.

 

 

끝까지 웃는 얼굴로 너와 그녀가 가는 길을 배웅한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무너지듯 주저앉아 그동안 참고 눌러왔던 울분을 토하듯  소리로 울어댔다.  마음이 불쌍했다.  사랑이 가여웠다. 17  담아왔으면서도  번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마음이 결국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싶어 억울했다.

 

 

먹었던 것을  토해낼 정도로 한참을 울어대던 나는  후로 며칠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멀리 던져놓았던 휴대폰이  며칠간 시끄럽게 울리는  같았지만 받지 않고 놔두었더니 그새 배터리가 없어 꺼진 건지 이제 집에서는 적막감만이 흐르고 있었다.

 

 

쾅쾅-

 

 

이혁재! 이혁재 집에 있지?! 이혁재!”

 

 

 적막감을 깨고 나를 찾아온 ,  막히는 가슴의 고통을 다시 불러 일으킨 ,

 

 

동해야.”

 

 

여전히 이동해,   사람 뿐이었다.

 

 

며칠간 열이 올라 밥도  먹고 잠도 제대로   터라 몸조차 가누기 힘들었지만 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채로 나에게 안겨오는 너를 받아내야 했다.

 

 

얼마나 운건지 퉁퉁 부어오른 눈에 발갛게 달아오른 코와 ,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당황했지만 동해를 달래는  우선이었다. 멍한 정신으로 나에게 안겨 울고 있는 동해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분을 그렇게 현관에 주저앉아 있으니 점차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들썩이던 동해의 등도 안정을 찾아가는  느껴졌다.

 

 

 울었어.”

 

 

겨우 울음을 그친 동해를 소파에 앉혀두고 따뜻한 차를 건네며 물었다.  그렇게 울었어, 이제는 내가 달래줄 수도 없는데   내가 없는 곳에서 그렇게 울었니, 그렇게.

 

 

, 너가 며칠  연락도  되고, 집에 왔는데 대답도  하고,   무슨  있는  알고...”

 

놀랐구나.”

 

 

내가 이렇게까지 동해의 연락을 받지 않은  처음이라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아직까지 훌쩍이며 웅얼거리는 동해의 손가락에 조그만 상처가 나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 다쳤어?”

 

 이거?   아닌데..”

 

  아니긴, 기다려봐.”

 

 

동해를 위해 항상  한쪽에  보관해두던 구급상자를 꺼내와 동해의 앞에 앉았다. 상처가  손가락을 조심스레 들어 올려 알코올에 적신 솜으로 톡톡 닦아냈다.

 

 

결혼 준비는,  되어가?”

 

으응, 아직 해야   많긴 한데..”

 

그래, 차근차근,  ..”

 

 

대충 치료가 끝나고 얼굴 봤으니 됐다며 일어나서 집에 돌아가려는 동해를 붙잡았다. 자고 , 이제 이럴 날도 다시없을  같은데.

 

 

 침대에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있자니 함께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함께 밥을 먹는   당연한 우리의 일상이었는데.

 

 

시간 가는  모르고 도란도란 예전의 추억들을 풀어놓자니 행복했던 기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새벽  시가 넘어가자 잠이 쏟아지는지 눈을 느리게 끔뻑이던 동해가 옆으로 등을 돌려 누웠다. 그리고 나는 괜스레 울컥하는 기분에  둥그런 뒷모습을   가득 끌어안았다.

 

 

동해야..”

 

...”

 

앞으로도 가끔, 그러니까.. 결혼하고 나서도, 가끔 이렇게 내가 필요하면..”

 

“.......”

 

나한테 와줄 거지?”

 

, 이혁재   보모소리 듣는  지겹지도 않냐.”

 

, 나는  개도  지겹다.”

 

그래라 그럼.. 너가 계속  보모해.”

 

 

 말을 남긴 동해는 피곤함에 벌써 잠이 들어버렸지만 나는  날도 역시 동해를 끌어안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서러운 눈물이 가득 흘러 베갯잇을 적셨다.

 

 

 

 

 

 

 

 

잡고만 싶은 시간이 흘러 동해의 결혼식은 이제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동해는 결혼 준비에 바빴고  역시 마음을 정리할 준비를 해야 했기에 동해를 만날 정신이 없었다. 가끔 동해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지만 동해에게는 가장 행복할  , 나에게는 지독한 아픔만이 남게   날이 다가올수록 나는 집에서 동해와의 추억을 하나씩 정리해가는  밖에는 아무것도  수가 없었다.

 

 

결국 당장 결혼식  날이 되어서야 만난 나와 동해는 아무  없이 카페에 앉아 애꿎은 음료만 휘적이고 있었다.

 

 

내일이네 결혼식.”

 

.. 떨린다.”

 

떨려?”

 

.”

 

나도... 나도 떨리네.”

 

너는  떨려?”

 

 마음과 이별하는 날이니까, 17년을 꼭꼭 숨겨온  마음을 이제는 완전히 접어야 하는 날이니까.

 

그냥,  새끼 이동해 장가간다니까 내가  떨려서.”

 

 

뭐야, 하며 웃어 보이는 너에게 마지막으로 내가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꽃다발이었다. 분홍색 튤립과  장미가 가득한 가운데 하얀 튤립  송이가 꽂혀있는.

 

 

뭐야 이거?”

 

결혼 선물.”

 

내가 부케 들고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말은 그렇게 해도 으레 내가 꽃을 선물했을  지어보였던 환한 얼굴로 내가 내민 꽃다발을 찬찬히 살펴본다.

 

 

옛날부터,  결혼하면  주고 싶었어.”

 

정말? ?”

 

그냥, 그냥 그랬어.”

 

 

들고 있는 꽃다발과 눈을 내리깔며 웃어 보이는 얼굴. 언젠가, 혹시 모를  언젠가 너와 내가 결혼을 한다면  전해주고 싶었던 나의 부케.

 

 

분홍 튤립의 꽃말은 애정과 배려야.”

 

 장미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이야.”

 

그리고  튤립의 꽃말은...”

 

 

하나하나 짚으며 이야기하던  목소리가 끊기자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던 동해가 꽃다발  가운데 꽂혀있던  튤립  송이를 꺼내들고 묻는다.

 

 

이건   송이밖에 없네, 꽃말은 없어?”

 

그건...”

 

 

실연.

 

 튤립의 꽃말은 실연이야 동해야.

 

 

그건... 생각이  나네.”

 

뭐야, 생각나면 말해줘야  궁금하니까.”

 

 

어쨌든 너무 고마워. 커다란 꽃다발을 코앞에 두고 향을 맡는 동해의 웃음이  싱그러웠다.  얼굴을 보고 있자니 처음 우리가 만났던  교실, 너와 걸었던 캠퍼스, 마주 앉아 고민을 나누던 공원의 벤치, 너와의 모든 순간 모든 기억들이 하나하나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그럼  간다. 내일 보자.”

 

 

그곳에 계속 앉아있다가는  바보같이 눈물방울들을 떨굴  같아 여전히 꽃다발에만 시선을 두고 있던 너를   빠르게 카페를 벗어났다. 이제는 정말 너를 정리해야  시간이었다.

 

 

-! 이걸로 선물 끝은 아니지?!”

 

 

장난스레 나를 향해 소리치는 너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

 

 

 

 

 저렇게 빠르게 가버리냐.”

 

 

멀어지는 혁재의 뒷모습을 아쉽게 바라보던 동해가 손에 쥐어진 꽃다발을 기분 좋게 챙겨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혁재가 좋아하는 꽃집이 있어 가끔 그곳에서 꽃을  송이씩 사다 주고는 했었는데, 이것도 그곳에서 만들어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저도 모르게  꽃집 앞에 당도한 동해가 난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집에 간다는 ,  이리로 와서는.

 

 

, 동해씨!”

 

 

마침 꽃집 문을 닫으려던 건지 가게 앞에 나와 있던 플로리스트가 반갑게 동해를 불렀다. 혁재의 단골 꽃집이었던 만큼 항상  옆에 함께였던 동해를 알아보는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선물  거라고 사가더니, 역시 동해씨 선물이었구나.”

 

하하, . 아까 받았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간단한 인사만 남기고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던 동해를 플로리스트가 급하게 붙잡았다. 잠깐만요 동해씨!

 

 

아까 혁재씨가 꽃다발이랑 준다고 쪽지도 하나 썼는데 바닥에 흘리고  건지 그냥 갔더라고요. 어차피 동해씨거니까 들고 가세요.”

 

 그래요?”

 

 

플로리스트가 급하게 동해에게 걸어오더니 손에  접혀진 쪽지를  쥐어준  가게로 돌아갔다. 얘는 쪽지를 썼으면  챙겨올 것이지  이런걸 흘리고 다녀. 웃으며 투덜거리던 동해가 조심스레 접혀있던 쪽지를 열었다.

 

 

 

결혼 축하해,  사랑.

 

 

 

동해의 걸음이 멈췄다.

 

그대로 모든 시간이 멈추어버린  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결혼식장, 혼자서만 멍하니 서서 결혼식장 입구만 바라보던 동해는 옆에서 자신을 툭툭 치는 어머니의 손길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는 것처럼 꾸벅 손님을 향해 인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른 생각에 잠긴  다시 멍하게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랑이 많이 긴장했나보네-

 

 

그런 동해를  손님들은 그저 신랑이 너무 긴장한 모양이라며 어깨를 톡톡 쳐주고 자리를 떴다. 감사합니다. 조그마한 목소리로 손님들께 인사를 건넨 동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

 

 

혁재야.”

 

 

 멀리서 그런 자신을 보고 있는 혁재와 눈이 마주쳤고 거짓말같이도  순간 동해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렀다.

 

 

씨익 웃어 보인 혁재가 동해에게  걸음  걸음 걸어오는 동안 더욱 격하게 울음이 터진 동해가 끄윽끄윽 눈물을 쏟아냈다.

 

 

어머  울어 동해야!”

 

친구 보니까  긴장이 풀렸나보네- 신랑이 이렇게 울어서 어째.”

 

 

주위에서 울음이 터진 자신을 달래든 어쩌든 그저 혁재만 보며 뚝뚝 눈물을 떨구던 동해가 결국 혁재에게 안겨 엉엉 울고 말았다.

 

 

......대체 ...”

 

 이렇게 울어 동해.”

 

 

그래도 울음이 그치지 않자 혁재가 조심스레 동해를 끌어안고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데려가 엄지로 눈가에 가득  눈물을 닦아냈다. 크흥, 하며 동해가 손을 들어 눈가를 비비는 것과 동시에 동해가 입은 수트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 팔랑이며 혁재의 발끝에 떨어졌다.

 

 

그리고  것을 보자마자 모든 것을 눈치 채버린 혁재가 동해를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동해야.”

 

미안해.. 내가.. 흐윽, 내가 미안해..”

 

울지  동해야. 나는... 너만 행복하면  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울지 . 나는  괜찮으니까,  때문에 울지  동해야.

 

 

 

 

-

 

 

 

 

결국 동해는 잔뜩 울어 눈과 코가 새빨개진 채로 식장  앞에 서있었다. 신랑 얼굴이 이게 뭐냐고 웃으며 볼을 꼬집는 혁재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동해가 고개를 돌리자 혁재가 그런 동해를 다시금 끌어안아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이제 울지 ..  이상 내가 닦아줄 수도 없는데,  없는 데서도 울지 말고.

 

 

 

신랑 입장!”

 

 

식장의 문이 열리며 신랑을 부르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고 혁재가 동해의 등을  안쪽으로 살짝 밀어 넣었다. 이제 들어가야지.

 

 

자신의 뒤편에 서있던 혁재를 잠시 돌아본 동해가 눈물을 삼키고 다시 뒤돌아 씩씩하게 식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곧이어 신부의 입장을 기다리기 위해 뒤를 돌아 서있던 동해 눈에 신부가 입장하는 방향과 반대로 찬찬히 뒷걸음질 치며 식장을 나서는 혁재가 들어왔다.

 

 

 

고마워.”

 

 

놀라서 혁재를 보던 동해가 이내 입모양으로 전했다. 고마워, 나를 사랑해줘서,   옆에 있어줘서. 그리고 처음 만난   그때처럼 싱긋 웃었다.

 

 

그런 동해를 보며 그저 아무  없이 고개를   끄덕인 혁재는 끝까지 동해에게 등을 보이지 않은  그렇게 천천히 결혼식장을 떠났다.

 

 

 

 

 

 

 

 

 사랑이 결혼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마음과 이별하지 못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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