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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솜사탕] 너의 이름은_은해야

[은해] 너의 이름은
w.은해야

 

 

-

 

 

 제 몸에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던 건 스무살 여름 즈음이었다. 며칠동안 쇄골 부근이 따끔거리더니 느닷없이 나타난 '이'라는 글자를 보며 혁재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름의 완벽한 발현을 기다렸다. 분명 그의 이름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첫 글자가 발현되고 세 달쯤 지났을까, 드디어 이름 석자가 쇄골에 선명히 새겨졌다.

'이-동-해'

 

 이름 세 글자가 비로소 완벽한 형상을 띄었을 때, 혁재는 곧바로 그를 찾아갔다. 사랑하는 이가, 내 운명의 상대라니.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로맨틱한 일이었다. 혁재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웃는 얼굴로 저를 반기는 동해를 끌어안았다. 영문도 모른 채 품에 안겨있던 동해는 무슨 일이냐 물으며 혁재의 대답을 채근했다.

 

 

"동해, 네 이름."

 

 

 품에서 떼어내 쇄골에 새겨진 제 이름 석자를 보여주자 동해는 밝게 웃으며 다시 그의 품에 안겨왔다.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 새겨진 제 이름 석자를 본 그날부터 행복함과 불안함이 공존했다. 동해는 아직까지 그 누구의 이름도 발현되지 않았기에. 언젠가 그처럼 제 몸에 새겨지겠지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발현되지 않을 거라는 불안함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동해의 작은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너도 발현될 거야. 그렇게 믿었다.

그때까지는.

 

 

*

 

 

 가파른 숨을 몰아쉬던 동해가 제 이름 석자가 선명히 드러나 있는 혁재의 쇄골을 손가락으로 느릿하게 훑었다. 미안할 때마다 나오는 버릇이었다. 그 후로 7년, 동해에게는 어떠한 이름의 발현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달이면 될까, 아니 두 달이면 될까 하는 마음으로 기다린게 꼬박 7년이었다. 그 시간동안 혁재의 몸에 있는 글자는 더욱 선명해졌고, 동해는 그 이름을 보며 죄책감에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그는 이름이 나타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그깟 이름 석자 있고 없고 가 무슨 상관이냐며, 서로가 있기에 충분하다 했지만 동해는 괜찮지 않았다. 이름 석자가 주는 의미를 도저히 무시할수 가 없었다. 운명이라잖아, 운명. 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동해, 또. 나 괜찮다니까."

"내가 안 괜찮아, 혁재야.."

"나한테 있잖아, 네 이름. 그거면 돼."

 

 

 기다렸을걸 안다. 7년동안 저 못지않게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을 그를 알아 마음이 편치않았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모르는척 해. 이름 석자가 주는 무게가 자꾸만 어깨를 짓눌렀다.

 혁재는 울고있는 그를 품안 가득 끌어안았다. 그의 몸에 새겨질 제 이름 석자를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혁재에게 있어 그것보다 몇 배는 중요한것이 이동해의 행복이었다. 그깟 이름이 뭐라고 그가 이렇게까지 미안해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에겐 7년이란 시간은 지옥이였을걸 안다. 혁재는 제 품에 안긴 그의 등을 토닥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 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혹시나, 제 몸에 다른 사람의 이름이 발현된다면 그땐 미련 없이 저를 버리고 떠나라고. 그 말을 전하며 엉엉 울던 그때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숱한 밤들을 홀로 걱정하며 보냈을 그가 안쓰러웠다.

 

 

"난 진짜 괜찮으니까."

"....."

"그만 울어. 너 우는게 더 힘들어, 나는."

 

 

 동해는 대답 대신 그에게 입을 맞췄다. 차마 알겠다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도 저도, 서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혹시나 다른 사람의 이름이 발현된다면.. 동해는 차라리 아무 이름도 발현되지 않기를 바랐다.

 

 

 

/

 

 

 

"앗, 따가워.."

 

 

 동해는 따끔거리는 제 오른 손목을 살살 쓸어내리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일 정도로 희미한 글자였지만 확실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혹시나, 그의 이름이라면? 아니, 다른 사람의 이름이라면? 동해는 저를 괴롭히는 이런저런 생각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래,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서랍을 뒤져 작은 밴드 하나로 희미한 글자가 보이는 제 손목을 가려버렸다. 이름이 완벽한 형상을 띄기전까지 그에게 숨길 생각이었다. 동해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밴드가 붙여진 제 손목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

 

 

 

 동해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게 벌써 두 달이 되었다. 그는 그저 기다려달라는 말만을 남긴 채 홀연히 제 곁을 떠나버렸다. 그의 집으로 찾아가 봐도, 있을만한 곳을 다 뒤져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는 단 하나였다. 몸에 새겨진 이름. 내가 괜찮다는데, 도대체 왜? 혁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제 휴대폰을 들었다. 동해에게 연락을 해 볼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혁재야. 익숙한 목소리였다. 망설임 없이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여니 역시 제 생각처럼 그가 서 있었다. 해사하게 웃고 있는 그 얼굴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화가 났다. 화라도 내면 그가 답답한 제 마음을 알까 싶어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동해, 너 진짜.. 동해는 그렁그렁 눈물 맺힌 눈을 하곤 말없이 그에게 제 오른 손목을 내보였다.

 

 

'이-혁-재'

 

 

 선명한 이름 석자, 그의 이름이었다.

 

 

 

/

 

 

 

 그동안 혼자 얼마나 힘들었어, 우리 동해. 귓바퀴를 잘근 깨물며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그는 혁재의 목에 제 팔을 단단히 두르며 달뜬 숨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이름, 일거라고, 흐.. 생각하니까..괜찮았,어."

 

 

 혁재는 제 이름 석자가 선명히 적혀진 그의 오른 손목에 잘게 입술을 내리다 혀를 내어 느릿하게 핥았다. 으응, 그만.. 그는 발개진 얼굴로 하지말라 도리질쳤다. 괜찮아, 나야. 이름이 적혀진 바로 아랫부분을 깊게 빨아들였다 놓으니 금세 붉은 울혈이 생겼다. 꼭 제것이라는 표식 같아 괜히 마음이 동했다. 그 울혈을 바라보던 두 사람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 혁재야, 얼른.. 동해가 보채듯 얘기했고, 두사람의 입술이 진득하게 맞물렸다. 솜사탕 마냥 제 입안을 달콤하게 헤집어놓는 그의 뺨을 조심히 감싸자 그 손위로 따뜻한 손이 겹쳐졌다. 아, 사랑스러운 내 남자. 마주하는 눈길이 달큰했다.

 

 

"혁재, 흣.. 그동안, 속상..응..했지.."

"네가 두달이나 얼굴 안보여준게 제일 속상했어."

"확실,해지면, 보여주고..아..!"

 

 

 갑작스레 제 뒤로 찾아든 손가락에 동해가 입술을 깨물었다. 혁재가 긴 손가락으로 그의 내벽을 꾹꾹 누르자 동해의 입에선 달뜬 신음이 흘렀다. 오랜만에 갖는 관계에 약한 자극만 주어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의 모습은 세상 그 무엇보다 자극적이었다. 혁재가 그의 안을 헤집던 손가락을 빼내곤 프리컴이 흘러 번들거리는 그의 것을 손으로 쥠과 동시에 그의 안으로 찾아들어 스팟을 강하게 쳐올렸다. 동해는 앞 뒤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쾌락에 어쩔줄 몰라하며 혁재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혀,째,읏..! 7년이나, 걸려서, 미안..흐응..!"

 

 

 그의 것을 자극하던 손을 거둔 혁재는 침대 시트를 부여잡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그의 오른 손목에 선명히 새겨진 제 이름 석자가, 아직도 꿈만 같았다. 동해, 동해야. 식은땀이 흐르는 그의 이마에 잘게 입술을 내리면서도 허릿짓은 멈추지 않았다. 절정에 치닫은 동해가 먼저 사정했고, 혁재도 그의 안 깊숙한 곳을 찌른 후 뒤이어 사정했다.

 

 

"고마워, 동해."

"오래 걸려서 미안해."

 

 

 노심초사하며 지나보냈을 너의 그 숱한 밤들을 내가 어떻게 위로해줘야할까.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그를 품에 끌어안으니 귓가에 웃음소리가 나지막히 내려앉았다. 혁재야, 우리 이제 행복하기만 하자.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는 듯한 목소리에 혁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7년을 돌고 돌아 확인한 운명은 결국 서로였다. 쇄골에 적힌 이름 석자가, 손목에 적힌 이름 석자가 유난히도 짙었던,

 

 그 어느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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